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피청구인 좌석에 앉아있다. 전민규 기자
지난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네진 한 쪽지에 정치권과 법조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공개한 해당 쪽지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제목 아래 ▶예비비 조속 편성 ▶국회 관련 각종 운용자금 완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민주당은 이 쪽지를 윤 대통령이 최 대행에게 직접 전달했다며 “최 대행은 명백한 내란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 측은 해당 쪽지가 윤 대통령이 비상 계엄 당시 국회를 위헌적으로 해산하려 한 핵심 증거라고 보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헌법재판소 변론에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하란 쪽지를 기재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냐”고 묻자, “저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뒤 한참 있다가 언론에서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며 전면 부인했다.
지난달 13일 당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서 비상계엄 선포 당일 받은 쪽지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쪽지의 존재가 처음 드러난 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 현안질의에서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최 대행이 “윤 대통령이 저를 보시더니 ‘참고하라’며 옆에 누군가가 자료를 하나 줬는데, 접혀 있었다”는 발언부터였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통령께서 직접 주셨냐”는 질문에, 최 대행은 “대통령이 직접 주시진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행은 “한장짜리 자료인데, 접혀있었다”며 “제 직원(기재부 차관보)한테 ‘이것 가지고 있어’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대행은 “4일 새벽 1시쯤 기재부 간부회의를 한 뒤, 차관보가 저한테 ‘아까 주신 문건이 있다’고 말해 확인했고, ‘비상계엄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를 잘해라’는 문장이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다만 최 대행에게 쪽지를 건네준 인사가 누구인지까지는 국회 회의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최 대행은 해당 문서를 계엄 해제 이후 폐기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이같은 최 대행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쪽지를 준 적도 없다”는 말은 최소 사실과 거짓이 뒤섞여있는 셈이 된다. 최 대행에게 직접 건네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 존재를 언론을 보고 알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최 대행의 “참고하라고 했다”는 발언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전날 국회 비상계엄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도 윤 대통령의 쪽지를 두고 진실 공방도 벌어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직접 쪽지를 직접 준 게 맞다”고 증언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체적인 것들을 기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