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측은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 측이 제기한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사령관의 변호인단은 “이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을 사전에 몰랐고, 검찰총장 출신이자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에 대해 판단할 시간적인 여유나 지식이 없었다”며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한다”고 밝혔다.
이 전 사령관 측은 이어 “피고인의 행위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따른 군사적 조치에 불과할 뿐 국헌 문란의 고의나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주요 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능에 빠뜨리게 하거나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하는 폭동을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국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유리창 몇 장 정도의 손상이 있었을 수는 있다”고 했다.
또 이번 재판은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헌재 탄핵 심판에서 관련한 법적 판단이 나올 때까지 이 전 사령관에 대한 형사 재판을 중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전 사령관 측은 보석도 함께 신청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이 반드시 참석할 필요는 없지만, 이 전 사령관은 이날 전투복을 입고 법정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재판이 시작되기 전 방청석을 한 차례 둘러보기도 했다. 이 전 사령관은 지난해 구속기소됐으며, 지난 21일부로 보직 해임됐다.
재판이 끝난 이후 이 전 사령관 측 김인원 변호사(법무법인 대륜)는 취재진과 만나 “피고인은 아버지가 3성 장군이었고 아들도 군 복무 중으로, 3대가 군인”이라며 “충직한 군인이 국헌 문란을 왜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은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국회 병력 투입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수 차례 전화를 받았고,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윤 대통령이 전화해 “왜 못 끌어냈냐”고 화를 냈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추후 재판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만 했다.
같은 날 오후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됐지만, 변호인들은 “군검찰이 최대 3만 쪽에 달하는 증거 기록의 복사를 늦게 허가해 사건 기록과 증거 목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두 피고인은 법정에 불출석했다.
곽 전 사령관의 변호인은 이 자리에서 “사령관들은 윤 대통령이나 김 전 장관과 공범관계일 수는 있으나 그보다는 덜 중요한 위치에 있는데 우리 재판이 빨리 끝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징계 등을 통해 민간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윤 대통령 등의 재판이 진행될 민간 법원으로 사건을 병합해야하지 않나 싶다”고 발언했다.
한편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 대한 공판준비기일도 이날 열릴 예정이었으나, 개인 사정으로 내달로 연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