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관위, 허은아 당원소환 투표시스템 대여 ‘거부’...“천하람, 신청권자 아냐”

내홍이 극에 달한 개혁신당 허은아 당대표와 천하람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 다른 공간에서 각자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뉴스1

내홍이 극에 달한 개혁신당 허은아 당대표와 천하람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 다른 공간에서 각자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뉴스1

 
개혁신당 ‘천하람 대표 권한대행 지도부’가 허은아 대표에 대한 당원소환 투표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표 시스템을 이용하려 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중앙선관위는 전날 ‘천하람 대표자’의 직인이 찍힌 온라인 투표 이용 신청 공문에 대해 “정당한 신청권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반려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재 (선관위에 등록된) 개혁신당 대표자는 허은아인데, 신청서상 천하람 원내대표를 대표자로 기재해 그렇게 판단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대표자 변경 신청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선관위로선 절차에 따라 형식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당원소환제 자체에 대한 판단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천 원내대표는 전날 ‘대표 직무대행’ 자격으로 이주영 정책위의장, 전성균 최고위원 등과 최고위원회를 열고 선관위의 온라인 투표 시스템인 ‘K보팅 시스템’을 이용해 24~25일에 걸쳐 허 대표와 조대원 최고위원에 대한 당원소환투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후 실제 선관위에 투표를 의뢰했는데, 그 신청이 부적격 판단을 받은 것이다.

개혁신당은 당의 대주주 격인 이준석 의원과 허은아 대표가 극한 갈등을 겪으며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이 의원과 가까운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당원 소환 실시 안건을 의결하면서 허 대표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대표 직무대행’이 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허 대표는 이러한 결정을 “원천 무효”라고 반박하며 대행 체제 등장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지난 22일에는 천 원내대표와 허 대표가 각기 다른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최고위를 여는 ‘한 지붕, 두 가족’ 진풍경까지 연출했다. 허 대표는 이날 ‘맞불 최고위’ 이후 선관위에 공문을 보내 “허은아 당 대표 직무정지는 정치 선언으로서 무효”라며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선관위의 이번 결정은 결과적으로 허 대표 측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이같은 선관위 결정에 ‘천하람 지도부’는 “당원소환 대상자가 당 대표인데, 당원소환을 하려면 당 대표 직인이 필요하다는 건 당원소환제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당원민주주의를 위한 제도 활용을 선관위에서 이렇게 판단한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도 “과거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의 ‘옥새 파동’ 등 직인을 누가 갖고 있느냐 같은 절차적 문제로 여러 정당이 갈등을 빚지 않았느냐”며 선관위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절차적 허점이 있더라도 선관위로선 보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 결정으로 급제동이 걸렸지만 이준석계 지도부는 물러나지 않을 방침이다. 선관위 시스템이 아닌 다른 업체의 별도 시스템을 활용해 일정대로 투표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K-보팅 이용 신청을 한 건 많이 쓰는 시스템이기 때문일뿐”이라며 “다른 투표 시스템을 활용해도 절차적 하자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허 대표는 당원소환제가 진행될 경우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반격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