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를 아주 신속하게 한 것도 있고, 저 역시도 계엄 해제 요구가 결의가 나오자마자 (김용현) 장관과 (박안수) 계엄사령관을 즉시 제 방으로 불러 군 철수를 지시했다”며 “국무회의를 열어야 계엄 해제를 할 수 있어서 제가 1층 브리핑 룸에 가서 계엄 해제를 하겠다고 선(先) 발표를 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장관이나 군 장교들은 반민주적인 부당한 일을 지시해도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비상 대응 조치를 하고, 필요한 소수 병력 이동을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독재가 망국적 위기 상황의 주범이며 질서 유지와 상징성 차원에서 군을 투입했다. 계엄은 야당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국민에 호소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야당에 권고해봐야 소용없다”는 주장도 펼쳤다.
다시 뭉친 증인 김용현…“포고령·쪽지 내가 작성”
이어 윤 대통령이 “(포고령 조항 중) ‘전공의 (처단) 이것은 왜 집어넣었느냐’고 웃으며 이야기하니 ‘계도하는 측면에서 뒀다’ 이래서 저도 웃으면서 뒀는데, 그 상황이 기억나느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은 “지금 말씀하시니까 기억난다”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측 신문에서도 “과거 10·26과, 12·12 당시의 포고령을 보고 직접 포고령을 작성했다. 윤 대통령이 보고는 ‘통행금지 부분은 시대에 안 맞다’고 해 이건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관사에서 직접 작성했느냐”는 질문엔 “그렇다”, “국회의 입법이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는 목적이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고 답했다.
“정치 활동 금지” 조항이 담긴 포고령은 내란죄를 입증할 핵심 증거로 꼽혔다. 그간 윤 대통령 측은 “포고령은 김 전 장관이 잘못 베낀 것”(지난 14일 헌재 답변서), 김 전 장관 측은 “대통령이 최종 검토한 것”(지난 16일 브리핑)이라는 다소 상반된 주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날 헌재에선 양측이 모두 ‘김 전 장관이 작성했고, 윤 대통령은 보고만 받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놨다.
내란죄 입증의 다른 핵심 물증으로 지목되는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쪽지’에 대해서도 김 전 장관은 “제가 작성했다. 최 대행이 늦게 와서 직접 건네진 못하고 실무자를 통해 전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쪽지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계엄 때)윤 대통령이 저를 보시더니 ‘참고하라’고 말했고, 옆에 누군가가 저에게 자료를 하나 줬다”고 밝히며 처음 존재가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마련’ 문구와 관련 “기재부 내 긴급재정 입법권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을 구성하면 예산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비상입법기구는 헌법 76조에 나온 긴급재정입법권 수행을 위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전 장관은 쪽지를 건네받은 사람이 기재부 장관뿐 아니라 외교부 장관(조태열), 경찰청장(조지호), 국무총리(한덕수), 행정안전부 장관(이상민), 국가정보원장(조태용)도 있냐는 국회 측 질문에 "6~7장 준비했다”며 “비상계엄을 주도하는 주무장관으로서 대통령이 관련 부처에 협조가 필요하면 요청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쪽지와 관련해서도 그간 윤 대통령은 “저는 준 적 없다”(지난 21일 3차 변론), 김 전 장관 측은 “대통령이 기재부 장관에게 준 것”(지난 20일 입장문)이라고 엇갈렸지만, 이날은 양측 모두 김 전 장관이 건넨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았다”고 거듭 주장한 조태열 장관에 대해 김 전 장관은 “(당시 좌석 위치상) 직접 줄 수 없는 상황이라 대통령께 드려서 대통령이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은 “누구인지 말하긴 곤란하지만 국무회의 당시 계엄에 동의한 국무위원이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다.
내란 수사 과정에서 나온 관계자 증언과 검찰의 공소장 내용도 부인했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국회의사당 진입 후 김 전 장관으로부터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 윤 대통령 측이 “사상자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으로 ‘요원’을 빼내라고 한 것이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은 “맞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 ‘4명이 의원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했나” “윤 대통령이 곽종근 전 사령관에게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들어가서 끄집어내라’고 했나” “김 전 장관이 군에 국회 봉쇄·침투 임무를 줬나” 등 검찰의 김 전 장관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들에 대해서도 그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에 대한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의혹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명단을 준 적은 있다”면서도 “포고령 위반 우려가 있는 대상자를 몇 명 불러주면서 동정을 잘 살피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엄군 병력과 관련해선 “3000~5000명의 동원을 건의했으나 윤 대통령은 280명만 투입하라고 지시했느냐”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날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측 주신문이 끝나자마자 “국회 측 반대신문에는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답해 국회 측이 반발하고 심판이 휴정되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이날 변론은 지금까지 변론 중 가장 긴 4시간 20여분간 진행됐다. 다음 기일은 설 연휴가 지난 다음 달 4일이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증인신문이 예정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