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글로컬이 미래다 ① 전북대]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지난 17일 중앙일보에 “냉정히 말해 과거 ‘나눠먹기식’ 지역대학 지원 사업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제는 기존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거버넌스 속에서 혁신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양 총장과의 일문일답.
2차 전지·방산 관련 인재 집중 육성
A. 전에는 중앙 정부가 주도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지역대학과 지역이 주도한다. 또 과거처럼 대학 안의 문제만을 해결하는 사업이 아니다. 대학의 성과가 지역 발전으로 이어져야 한다. 대학 구성원뿐 아니라 지역과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 대학과 지역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기에 그만큼 어렵지만, 성공하면 대학이 지역 발전을 견인하는 항공모함이 될 수 있다.
Q. 구체적으로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하나.
A. 지자체는 지역에 좋은 기업을 유치하려고 하는데, 기업들은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지를 따진다. 전북대는 거기에 맞춰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2차전지, 방산산업 등이 대표적이다. 지자체는 이 동력으로 지역에 기업을 불러올 수 있고, 산업을 키울 수 있다. 좋은 일자리가 지역에 많이 생기면 학생들이 졸업하고도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게 된다.
Q. 지·산·학(지역·산업·대학) 협력은 전에도 시도됐다.
A. 2008년에도 있었다. 꾸준히 했다면 의미 있는 성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앙 정부가 주도했기 때문에 지속성에 한계가 있었다. 지역 주도의 사업단이 얼마나 꾸준하게 추진할 수 있는지에 성패가 달렸다. 옛날처럼 나눠먹기식으로 돈만 대학들이 나누어 가져선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전북대도, 다른 지역대학도 완전히 변해야 한다.
학사·연구 등 ‘AI통합시스템’ 도입
A. '대학 교수는 부총장 빼고 다 총장'이란 말이 있지 않나. (웃음) 자부심이 높다는 의미기도 하지만, 대학이 그 정도로 바꾸기 어려운 조직이라는 뜻도 있다. 그런데 전북대는 106개 모집단위를 올해 46개로 줄였다. 학과 칸막이를 없애고 융합·다학제적 접근을 강화했다. 2028년부터 모집단위가 24개까지 줄어든다. 학생의 전공 선택권이 넓어진 것은 물론, 교수도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또 학사·행정·연구 등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차세대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에 120억원을 투자했다. 오는 6월부터 공식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Q. 다른 지역대학과의 협력도 중요할 텐데.
A. 지난해 군산대, 원광대, 우석대, 전주대, 호원대 등과 협약을 체결했다. 도서관도 개방하고 논문 작성 지원, 학술 강연 등 연구 지원 서비스도 공유한다. 학생 자치 기구 협의체를 구성하고, 실무 부서 간 협력도 확대할 계획이다. 지역대학들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대학이 축소되거나 사라지면 국가 경쟁력이 깎이는 것과 다름없다. 미국처럼 전 세계 인재들을 대학으로 모을 수 있다면 지역과 국가를 키울 수 있다.
Q. 외국인 유학생이 좋아하는 학교로 유명하다.
A. 재학 중 학업을 중단하는 외국인 유학생 비율도 1%가 채 안 된다. 한국어 교육을 잘 하고, 교직원이 세심하게 돌본다. 현재 2100여명인데 2028년까지 5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대학원생 포함 정원(2만5000여명)의 20%다. 2040년엔 외국인 유학생이 절반 정도일 것이고, 이후 외국인과 내국인 비율이 역전될 수도 있다. 전북 기업 대표들은 ‘일할 사람이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외국인 학생을 잘 교육해 취업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면 지역 경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전북대에서 추천한 인재라면 일정 범위 내에서 비자가 나오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양오봉 총장=고려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공학한림원 회원으로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장,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 전북국민지원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제29대 회장으로 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