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정월 초하루 연회 보러오세요...설 연휴, 즐길만한 공연들

조선 시대 새해 첫날 풍경은 어땠을까. 옛 조상들의 명절을 체험할 수 있는 공연이 설 연휴 기간에 마련된다. 궁궐에서, 그리고 민간에서 열리는 정월 초하루 연회라는 콘셉트로 음악과 무용, 재담을 볼 수 있는 무대다.   

오는 30일까지 이어지는 을사년(乙巳年) 설 연휴는 그간 멀어졌던 ‘문화생활’과 가까워질 기회이기도 하다. 차림상은 푸짐하고 다양하다. 설 명절에 걸맞는 전통 공연을 비롯해 대작 뮤지컬, 가족과 함께 볼만한 연극 등 다채로운 작품이 관객을 기다린다.

국립무용단이 지난해 추석 연휴에 선보인 ‘축제’ . 올해 설 연휴에는 '축제'의 후속작을 선보인다. 사진 국립무용단

국립무용단이 지난해 추석 연휴에 선보인 ‘축제’ . 올해 설 연휴에는 '축제'의 후속작을 선보인다. 사진 국립무용단

 
국립국악원은 설날 당일인 오는 29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 ‘만사(巳)대길’을 선보인다. 조선 시대의 정월 초하루를 배경으로 궁궐과 민간에서 펼쳐진 새해의 모습을 전통 음악과 춤으로 재구성했다.

모두 2장으로 짜였다. 1장은 ‘왕실의 연회’로 정악단의 대취타(大吹打)와 수제천(壽齊天), 무용단의 정재(呈才) 향아무락(響牙舞樂)’을 선보인다. ‘대취타’는 관악기와 타악기 등으로 편성돼 왕의 행차 및 군대 행진에서 연주되던 음악, ‘수제천’은 아악곡의 백미로 일컬어지는 관악합주곡이다. ‘정재’는 잔치의 연주 음악과 악장, 춤이 어우러진 종합퍼포먼스를 뜻한다.

‘민간의 연회’ 모습을 담은 2장은 민속악단의 경기·서도·남도민요와 한량무, 단막창극, 판굿을 보여준다. 국립국악원 측은 “한국 대표 명절인 설을 맞아 지난해의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태평한 신년을 맞이하고자 하는 축원의 마음을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만사대길 포스터. 사진 국립국악원

만사대길 포스터. 사진 국립국악원

 
국립무용단은 29~30일에 기획 공연 ‘2025 축제祝·祭’를 연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 선보인 ‘축제’ 후속작이다. 지난해 주제는 ‘신을 위한 축제’였는데, 이번 공연은 ‘왕을 위한 축제’를 주제로 삼았다.

총 7개 작품이 3장에 걸쳐 펼쳐진다. 1장 ‘구나(驅儺)’는 궁중에서 악귀를 쫓는 의식으로 시작한다. 담백하면서도 역동적인 남성 춤이 이어진다. 2장 ‘연향(宴饗)’은 손님을 초대해 잔치를 베풀고 대접하는 장이다. 춘앵전, 처용무 등 궁중 종합예술인 궁중정재가 펼쳐진다. 마지막 3장 ‘국중대회(國中大會)’는 왕이 주관하는 ‘제천(祭天)’ 의식이다. 태평무를 비롯해 관객이 함께 호흡하며 즐길 수 있는 평채소고춤이 이어진다. 공연의 대미는 국립무용단이 새롭게 선보이는 북춤인 ‘무고’ 가 장식한다.

뱀띠 출생자와 한복을 입은 관객은 ‘만사대길’과 ‘2025 축제祝·祭’ 공연 입장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립극장에서 30일까지 공연하는 '마당놀이 모듬전'의 한 장면. 사진 국립극장

국립극장에서 30일까지 공연하는 '마당놀이 모듬전'의 한 장면. 사진 국립극장

 
‘마당놀이 모듬전’은 30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한다. ‘마당놀이 모둠전’은 앞서 국립극장에서 선보인 ‘심청이 온다’, ‘춘향이 온다’, ‘놀보가 온다’ 세 마당놀이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한데 모아 선보인다. 원조 제작진인 연출가 손진책(77), 작곡가 박범훈(76), 안무가 국수호(76)가 다시 한번 뭉쳤다. ‘마당놀이 인간문화재’로 불린 배우 윤문식(82)·김종엽(77)·김성녀(74)와 함께 민은경(42)·이소연(40)·유태평양(32)·조유아(37) 등 ‘아이돌’에 버금가는 인기를 눌리고 있는 국립창극단 스타 배우들이 대거 출연 중이다.

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 모습.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 모습.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검증된 대작 뮤지컬도 설 연휴에 즐길 수 있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웃는 남자’, 영국 작가 로버트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상한 사건’이 원작인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제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당한 무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마타하리’ 등이 설 연휴 중 월요일인 27일을 제외하고 공연을 이어간다. 

1995년 초연되며 올해 30주년을 맞은 ‘명성왕후’, 괴테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원작으로 올해 25주년이 된 ‘베르테르’ 등 최근 공연을 시작한 작품도 연휴 기간에 즐길 수 있다. 일부 공연은 설 연휴에 10~30% 할인을 제공한다.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가족 뮤지컬도 연휴 기간 무대에 오른다. 오페라와 클래식을 접목한 오페레타 가족 뮤지컬 ‘판타지아 시즌3’가 설 연휴 기간 공연된다. 국내 애니메이션으로는 드물게 12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동명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사랑의 하츄핑’도 가족 관객을 기다린다. 이은결 일루셔니스트(마술사)가 작품의 총 연출을 맡아 눈길을 끄는 마술 장면을 선보인다.

연극 '유원' 공연 모습. 사진 박태양, 앤드씨어터

연극 '유원' 공연 모습. 사진 박태양, 앤드씨어터

 
가족끼리 관람할 만한 연극도 있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30년 넘게 세일즈맨으로 일하며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일과 가정생활 모두 순탄치 못한 ‘윌리 로먼’의 삶을 담아냈다. 윌리 역을 연기하는 박근형(85), 손병호(63)와 아내 린다 역 손숙(81), 예수정(70) 등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제13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제44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백온유 작가의 원작을 신재훈이 각색한 연극 ‘유원’도 24일부터 공연을 시작해 27일과 설날 당일 29일 제외한 연휴 기간에 볼 수 있다. 국립극단이 민간 극단의 우수 연극을 초청해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소개하는 ‘기획초청 픽(Pick)크닉’ 프로젝트에서 선보이는 올해 첫 작품이다. 화재 사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와 목격자 등의 모습을 위안과 위로를 담아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