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심사 완료까지 2시간이나 걸렸네요.”
24일 오전 9시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을 겨우 빠져나온 직장인 이모(29)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설 연휴를 맞아 친구 2명과 베트남 다낭행 오전 10시 비행기를 예약한 이씨는 오전 4시 30분 서울 신도림동 집에서 출발해 오전 5시 30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오전 7시 열린 탑승 수속을 마치자마자 출국장으로 향했지만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다. 이씨는 “평소처럼 3시간 전에 왔으면 비행기를 놓쳤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인천공항은 설 연휴를 해외에서 보내려는 인파로 붐볐다. 인천공항공사는 24일부터 내달 2일까지 214만1000명 인천공항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일 평균 21만4110명으로, 설 연휴 기준 개항 이후 최다 인원이다. 이번 연휴 중에 가장 많은 여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는 날은 25일이다. 공사는 이날 22만8000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출국장 혼잡도 증가로 원성이 자자한 인천공항은 이날도 긴 줄이 반복적으로 형성됐다. 오전 10시쯤 일시적으로 줄이 짧아졌지만, 오전 11시를 넘어선 시점에는 3번 출국장 입구부터 약 50m 대기 줄이 형성됐다. 줄을 선 여행객들은 “미쳤다” “제시간에 탈 수 있는 거 맞아?” 등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 탑승 시간이 임박했다며 양해를 구하고 새치기하는 여행객도 보였다. 오후 12시 30분쯤에는 출국장 입구에 방치된 캐리어가 발견돼 폭탄물 검사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4번 출국장 동편이 일시 폐쇄됐다. 여행객들은 캐리어를 끌고 다른 출국장으로 질주해야만 했다.
극심한 혼잡 탓에 출발 4~6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는 것이 ‘뉴 노멀’이 됐다. 직장인 황정환(30)씨는 오후 4시 오사카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오전 10시쯤 공항에 도착했다. 황씨는 “마음 편하게 한참 일찍 공항에 왔다”며 “지금도 출국장 대기가 상당해서 여자친구와 30분씩 번갈아 줄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문래동에 사는 김모(30)씨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스마트패스(안면인식 기반 출국 서비스)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며 “6시간 전에 출발해야 안심할 수 있는 건 너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출발 하루 전 공항 인근 호텔에서 투숙하는 ‘호텔 대기족’도 늘고 있다. 인천공항 근처 캡슐 호텔은 이미 설 연휴 기간 전 객실 만실이었다. 특급호텔도 비슷한 상황이다. 인천공항에서 차로 5분 거리인 한 5성급 호텔의 설 연휴 투숙률은 90%를 넘겼다. 이 호텔 관계자는 “오전에 출국하는 여행객과 호캉스족이 섞인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 출국 혼잡도 증가의 원인으로는 빈번한 장비 오작동, 인력 부족 등이 꼽힌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에 따르면 노조 측은 확장 개항 이후 1135명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충원이 쉽지 않다고 한다. 인천공항공사는 다음 달 110명을 신규 투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공사는 역대급 인파에 대비해 연휴 기간 출·입국장을 조기 개장하고 보안검색대를 추가 운영하기로 했다. 체크인 지원 인력 671명을 배치하고, 자원봉사 안내소 4곳 등을 추가 운영한다. 공사 관계자는 “24일 오전 평균 대기 시간은 1시간 정도”라며 “모든 장비를 가동해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