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반전에…日 기준금리 16년 만 최고
일본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잇달아 올린 것은 물가 상승률이 2%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다. 일본은 1991년 거품경제 붕괴 이후, 약 30년 가까이 장기 침체와 물가 하락의 고통을 겪었다. ‘일본병’으로 불린 디플레이션이 끝날 조짐을 보인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22년 일본의 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신선식품 제외)은 전년 대비 2.3% 깜짝 오른 데 이어, 2023년(3.1%)에는 1982년(3.1%) 이후 4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날 발표한 지난해 물가 상승률도 전년보다 2.5% 오르며 3년 연속 목표치(2%)를 넘겼다. 향후 물가 상승률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은행은 이날 함께 발표한 ‘경제·물가 정세 전망’에서 2025년도(2025년 4월∼2026년 3월)와 2026년도(2026년 4월∼2027년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9%→2.4%, 1.9%→2%로 각각 올렸다.
여기에 그간 일본 금리 인상의 발목을 잡았던 낮은 임금 문제도 최근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가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기업들에 물가 상승률에 준하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올해도 고수준 임금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에 따른 시장 변동도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가능했다”고 짚었다.
“엔 캐리 청산 유인 낮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같은 날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지난해에는 미·일 금리 격차가 축소되며 엔화도 강세였던 반면 현재는 금리 격차가 커지고 엔화도 약세여서 엔 캐리 청산유인은 낮다”고 말했다.
향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변수로 남아있다. 일본은행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계속해서 금리를 올려 완화 정도를 조정해 갈 것”이라며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장기적으로 기준금리를 1% 수준으로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의 페이스와 타이밍은 향후 경제·금융 정세에 달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