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은 “법원의 납득하기 어려운 2회에 걸친 구속기간 연장 불허 결정으로 피고인 대면조사 등 최소한의 보완 수사조차 진행하지 못하였으나, 그동안 수사한 공범 사건의 증거자료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피고인에 대해 기소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기소 배경을 설명했다. 또 “피고인의 구속 이후 사정변경이 없어 여전히 증거인멸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여 경찰 송치 사건과 공수처 송부 사건의 범죄사실 중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헌법 제84조)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내란우두머리 혐의에 대해서만 구속 기소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이날 검사장 회의에선 윤 대통령을 곧바로 기소하는 방안과 일단 석방한 뒤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이어가는 방식 등이 모두 거론됐다. 박세현 서울고검장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수사 경과나 증거관계를 쭉 설명하고, 어떻게 할지 다양한 의견들을 논의했다. 최종 결정은 총장이 다 들어보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일단 석방한 뒤 수사를 이어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나’는 질문에는 "다양한 의견이 나와서 다 논의가 있었다"고 답했다.
회의에 참석한 검사장은 “석방 후 불구속 상태에서 윤 대통령을 추가 조사하는 방안에 대한 언급도 나왔지만, 주류적 의견은 아니었다. 법원이 구속영장 연장 신청을 불허하는 방식으로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인정하지 않은 게 부당하다는 의식은 다수가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수도권 검사장은 “어차피 윤 대통령이 조사에 협조할 거라는 기대를 할 수 없는 만큼 곧바로 기소하자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김석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공수처가 공소제기요구서를 붙여 송부한 사건에서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청 검사가 수사를 계속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기간 연장을 불허했다. 검찰에 따르면 법원은 ▶고위공직자 범죄를 독립 수사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공수처법의 취지 ▶검찰 보완수사권 유무 및 범위에 관한 공수처법 명문 규정이 없는 점 등을 연장 불허 사유로 꼽았다. 검찰이 25일 조희연 전 서울교육감 특혜채용 사건 등 압수수색 등 보완수사를 진행한 과거 사례 등을 들어 구속기간 연장을 재신청했지만 법원은 당일 다시 불허했다. 이는 “즉각 석방하라”는 윤 대통령 측 및 여권과 “즉시 기소하라”는 야권 등 진영 간 충돌을 불렀다.
검찰이 이처럼 기소 결정을 내린 건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특수본은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 10명을 기소했다. 이들의 공소장에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이 내린 지시 내용이 상세히 담겼다. 검찰 특수본도 이에 근거해 지난 25일부터 법원의 구속기간 연장 불허에 대비해 윤 대통령 공소장을 미리 작성하기 시작했다. 검사장 회의에서도 “김 전 장관 등 수사와 경찰 송치 수사기록 등을 종합할 때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 구속기소가 상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국헌문란 목적도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일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할 것'이라는 쪽지를 전했다는 사실도 공소장에 썼다. 이밖에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포고령 1호 등과 관련해 “대통령의 일방적인 통보만 있을 뿐, 실질적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헌법상 입법권을 가지는 국회의 기능을 완전히 정지시켜 사실상 폐지하는 것” 등의 표현이 김 전 장관 등의 공소장에 담겼다.
다만, 윤 대통령을 대면조사 한 번 하지 못한 채 공소 유지를 해야 한다는 점은 검찰로서도 부담이다. 김 전 장관 등 10명을 구속기소 하며 물적 증거와 진술을 확보하긴 했지만, 정점으로 지목된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 수사는 시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 탄핵심판 등에서 검찰이 공소장에 기재한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를 전면 부인 중이다.
윤 대통령 측은 “사상자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의원 아닌 ‘요원’을 빼내라고 한 것” “비상입법기구 쪽지는 김용현 전 장관이 만든 것” 등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양측이 사실관계를 모두 다투기 시작하면 예상보다 재판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