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총경이 논문에 사례로 제시한 관계성 강력범죄 사건은 ▶전주환 사건(서울 중구 신당역 살인) ▶이석준 사건(서울 송파 전 여자친구 가족 살인) ▶김병찬 사건(서울 중구 오피스텔 살인) ▶백광석(제주 전 연인 아들 살인) 등 4건이다. 네 사건 모두 가해자는 남성이고 피해자는 여성 또는 그 가족이었다. 또한 여성이 결별을 요구하자 남성이 분노하고 강하게 집착한 사전 정황이 공통으로 확인됐다. 가해자 4명 모두 피해자에 대한 협박, 스토킹, 폭력성 범죄로 인해 다수 경찰에 신고된 이력이 있었다.
임 총경은 “경찰의 위험성 평가와 안전조치 측면에서 4건 모두 가해자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안전 조치도 살인 의도로 가득한 가해자로부터 피해자와 그 가족을 보호하기에 역부족이었다”며 “범행 대상이 가족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음을 예측하지 못해 안전조치가 미흡했던 것도 아쉬운 지점”이라고 했다.
임 총경은 “스마트워치와 맞춤형 순찰을 중심으로 한 현행 안전조치는 추가 범행을 막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이 때문에 현행 위험성 평가 도구 및 피해자 보호 체계를 검토해 구체적인 체크 리스트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는 점수 계산 방식으로 총 28개 문항 중 ‘예’로 체크한 문항 개수를 합산해 13 이상이면 위험도가 매우 높음, 8~12는 높음, 4~7은 보통 등으로 판단한다. 임 총경은 체크리스트에 ‘여성의 결별 요구에 따른 남성의 강한 집착’을 명확한 문항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 결과 이 요인이 가장 중요하고 선명한 위험성 요인으로 확인됐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고위험 가해자를 피해자와 분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구속,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총경은 “경찰뿐 아니라 전 공직 사회에서 재난 등 공공행정 분야를 예방 행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생각에 쓴 논문”이라며 “예방을 강조하면서 이에 대한 평가와 포상이 따르지 않는다면, 공직사회의 에너지를 사후대응에서 사전 예방으로 유도할 수 없다. 살인의 개연성이 큰 사건을 사전 예방한 경찰관에게 사후에 살인범을 검거한 경찰관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포상을 수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