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000억 쓰는 ‘전광훈 힘’…집회 현장에 놓인 봉투 정체

3화: 尹의 애국시민과 ‘극렬우파 정점’ 전광훈

 12·3 계엄 선포 직후 '만세'를 외치는 전광훈 목사. 전광훈TV 캡처

12·3 계엄 선포 직후 '만세'를 외치는 전광훈 목사. 전광훈TV 캡처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우리가 만세를 해야지. 만세! 만세!
 
망설임이 없었다. 비상계엄 선포 1시간이 조금 지난 밤 11시 46분. 전광훈 목사는 자신의 유튜브에 나와 포고령 1호를 읽으며 만세를 외쳤다.

12·3 계엄 선포에 환호한 국민이 몇이나 될까. 그 시각 계엄군은 국회를 포위하고 시민들과 대치했다. 의원들이 긴박하게 국회로 들어가는 모습이 생중계됐다. 그때 전 목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시도를 환영했다.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들어가자 “그 사람들 다 체포해야 돼. 정리 안 하면 대한민국에 희망이 없어”라고 언성을 높였다.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전광훈 목사 세력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의장이자 사랑제일교회(서울 장위동) 목사다.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지지 집회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김건희 특검법안' 부결 소식을 전하는 모습. 김창용 기자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지지 집회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김건희 특검법안' 부결 소식을 전하는 모습. 김창용 기자

 


계엄, ‘거짓 괴담’→‘했어야 할 일’

본래 그는 계엄령이 민주당의 정치공작이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9월 집회에서 민주당이 제기한 계엄 의혹은 “대통령을 흔들려고 만들어낸 거짓 괴담이자 대국민 사기”라고 몰아붙였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실제로 계엄령을 선포하자 “진작 했어야 할 일”이라고 말을 바꿨다.  

윤 대통령이 지목한 '반국가세력'의 대척점에 있는 이른바 ‘애국시민’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 전광훈 목사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의 시위와 집회 양상을 이해하려면 전 목사의 개인 이력뿐 아니라 그가 구축한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들여다봐야 한다.   

 

좌파 집회에 맞먹는 애국시민의 부상

 
지난달 28일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엔 예상을 뛰어넘는 인파가 몰려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12월 28일 광화문 앞에서 열린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8일 광화문 앞에서 열린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 연합뉴스

같은 날(12월 28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연합뉴스

같은 날(12월 28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연합뉴스

 
당시 광화문 일대에 윤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거나(찬탄) 반대하는(반탄) 대규모 집회가 1㎞ 간격을 두고 벌어졌다. ‘윤석열 즉각 퇴진’을 촉구한 집회 참여 인원은 경찰 추산 3만5000명이었다.

탄핵에 반대하는 강성단체인 대국본 측 집회에는 경찰 추산으로 4만 명이 운집해 세종대로를 메웠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촛불집회에 수적으로 밀렸던 태극기 집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좌파와 비교할 때 동원 규모가 대등할 정도로 세가 커졌다.

‘애국시민’이 부상한 게 이때다. 윤 대통령은 올 1월 1일 “실시간 유튜브를 통해 애쓰시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자유와 민주를 사랑하는 애국시민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편지를 보냈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집결한 애국시민은 전 목사 세력, 극우로 불리는 강성 유튜버들, 그리고 이를 추종하는 사람들이었다.

윤 대통령이 이들을 ‘애국시민’으로 호명한 건 강성 지지층과 함께하겠다는 공개적 의사 표시였다. 중도 보수 성향의 시민사회가 거리를 뒀던 이른바 극우 세력과 한배를 탄 것이다.  

광화문과 한남동 일대에 걸린 '우리가 윤석열' 현수막. 박성훈 기자

광화문과 한남동 일대에 걸린 '우리가 윤석열' 현수막. 박성훈 기자

반탄 집회와 극우 유튜브에선 스스로를 ‘애국시민’이라 자칭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윤 대통령을 지킨다는 의미가 더해지면서다. 집회 현장에 '우리가 윤석열'이란 현수막이 나붙었고 ‘민주당이 내란죄’라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그렸다. 계엄은 나라를 구하기 위한 것이며 원죄는 종북 반국가세력에게 있다는 ‘애국’ 프레임이 힘을 얻었다. 태극기 집회는 애국이자 구국의 집회로 탈바꿈했다.  

보수, 전광훈 집회에 흡수

 
‘애국 탄핵 반대 집회’의 핵심이 전 목사다. ‘아스팔트 우파’로 불리는 극우 성향 단체들은 대중 동원력이 큰 전광훈 목사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현재 광화문광장 인근에 탄핵 반대 집회를 신청한 단체는 대국본과 부정선거방지대, 자유통일당, 엄마부대, 신자유연대, 신참정연, 자유대한호국단 등 6곳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전 목사 집회에 빨려들고 있다. 전 목사가 대국본 의장이고 자유통일당은 그가 창당해 대표를 지냈다. 2020년 기독자유통일당으로 시작해 2021년 국민혁명당, 2022년 자유통일당으로 바꿨다. 엄마부대, 예비역 중심 안보 단체인 신자유연대 등은 전 목사 집회에 연사로 나서고 있다. 

1월 4일 전광훈 목사 주최 탄핵 반대 집회에서 외칠 발언과 구호 메모한 글. "계엄 선포는 구국을 위한 신의 한 수"라는 등의 문구가 보인다. 박성훈 기자

1월 4일 전광훈 목사 주최 탄핵 반대 집회에서 외칠 발언과 구호 메모한 글. "계엄 선포는 구국을 위한 신의 한 수"라는 등의 문구가 보인다. 박성훈 기자

 
온건 보수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전 목사의 집회를 관망한다. 바른사회시민연대 공동대표인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광화문 집회는 전광훈 목사 측이 주도하고 있어 보수단체들은 따로 집회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 개별적으로 광화문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전 목사에 대한 호불호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힘을 쓸 수 있고 대중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에게 모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월 18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탄핵 반대 집회에서 발언하는 전광훈 목사. 사진 대국본

1월 18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탄핵 반대 집회에서 발언하는 전광훈 목사. 사진 대국본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된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부지법으로 향하기 전 광화문광장 인근에 탄핵 반대 세력이 집결했다. 전 목사는 거친 언어를 동원해 참석자들을 자극했다. 

왜 이재명이 북한에 포섭됐다고 하느냐. 이재명 이X이 내전을 일으켜야 된다고 하잖아. 이XX를 어떻게 해야 돼? 근데 이 말이 뭐냐. 광주사태 같은 사건을 광화문에서 다시 일으켜야 된다, 이따위 소리를 하는 거야. 북한에서 지령한 거야. 우리가 그냥 미워하는 게 아니다. 이재명 한 X만 처리하면 자유통일 할 수 있다니까. 동의하시는 분 두 손 들고 만세.
 

“국민저항위원회 만들어 방송사 해체”

 
전 목사는 자신을 따르는 극렬 지지자들이 나라를 다스릴 것이라며 언론사 항의 집회를 지시했다. 

국민저항위원회를 만들어서 대한민국을 통치해 나갈 테니까 반발하거나 반국가세력이 개입하면 반드시 처단받을 준비를 해라 이거야. 언론이 문제다. 광화문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방송국에 10만 명이 몰려가서 방송 이따위로 하면 해체시킬 거야 해라. 우리는 반드시 제2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내야 된다. 전투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인 석동현 변호사도 단상에 섰다. 그는 “여러분들에 대한 대통령의 고마운, 목이 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법정에 들어가기 전 이 자리에 왔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전광훈 목사 집회의 참석자 중에는 기독교 신자가 상당수였다. 하지만 신도들보다 전 목사의 영향력을 증폭시킨 건 집회에 ‘참전’한 극우 유튜버들이다. 이들은 공생의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계속)
“1년 집행 예산은 1000억. 광화문 행사 한 번에 최소 3억~7억 정도 든다” 
전광훈 목사가 대규모 광화문 집회를 끌고 갈 수 있는 배경은 뭘까요.
 
전 목사의 한남동 집회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곳곳에 봉투가 놓여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8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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