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장어 다른 가게 반값"…선장 관두고 3억 매출 사장 된 사연

지난 16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한 해물요리전문점에서 김상헌 대표가 주꾸미볶음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 16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한 해물요리전문점에서 김상헌 대표가 주꾸미볶음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 1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이동에 위치한 한 해물요리전문점. 평일이었지만 매장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매장 한쪽에 있는 주방 안에는 이 음식점 김상헌(49) 대표가 아내와 함께 해물 손질에 여념이 없었다. 개수대에서 어패류를 빠르게 손질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철판 위에 해물이 가득 담긴 안주 하나가 완성됐다.

이 해물요리전문점은 2019년 포항시 남구 효자동에 첫 매장 문을 연 후 빠르게 성장해 현재 포항은 물론 대구와 경기, 서울까지 가맹점을 넓혔다. 10곳의 가맹점이 영업 중이고 1곳이 새로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김 대표가 직접 운영하는 이동 본점에서만 지난 한 해 매출 3억원을 기록했다.

20대 때 어깨너머 배운 어업에 흥미

국내 정치불안과 경기불황, 고물가 등 각종 악재로 전국 자영업자들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에도 이 음식점의 인기가 식지 않는 비결은 바로 저렴한 가격이다. 조개구이나 장어구이, 주꾸미 볶음, 새우소금구이 등 가격이 다른 가게의 반값 수준이다. 

이런 가격이 가능한 것은 김 대표가 창업하기 전 7년여간 선장으로 활동했던 이력이 있어서다. 당시 함께 어업에 종사했던 이들과의 인맥을 바탕으로 보다 저렴하게 신선한 해물을 납품받고 있다. 해물을 위판장이나 도매상 등 중간 유통 과정 없이 어민들로부터 직거래하기 때문에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직접 어업을 했던 이력이 없었다면 이렇게 싼 가격에 해물을 사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한 해물요리전문점에서 김상헌 대표가 어패류를 손질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 16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한 해물요리전문점에서 김상헌 대표가 어패류를 손질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김 대표는 20대에 경북 동해안 지역에서 해양 스포츠 관련 일을 하다 어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매일 바닷가에서 일하다 보니 어민들과 친해지게 됐고 그때 어깨너머로 보게 된 어업에 흥미를 가졌다”며 “대게잡이 선박에 투자도 조금씩 했는데 나중에는 아예 선박 하나를 가진 선주(船主)가 되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대게잡이 어선 운항하며 직접 조업도

9.77t급 대게잡이 통발어선을 갖게 된 김 대표는 무작정 선원들에게 어업을 맡기기보다 자신도 함께 일을 하면서 ‘물밑 사정’을 배우기로 했다. 30대 중반인 2011년부터 선원 4~5명을 데리고 직접 뱃일을 하는 선장으로 일했다.

김 대표는 “다시 그렇게 일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새벽 3시에 포항 북구 지경항에서 출항해 연안에서 20~30km 정도 떨어진 곳까지 2~3시간 정도 배를 몰고 간 뒤 짧게는 이틀, 길게는 사흘 동안 조업을 했다. 투망해둔 통발을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만선’이 되려면 대게 6000~7000마리를 잡아야 했다.

경북 포항시 남구에서 해물요리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상헌 대표가 과거 대게잡이 통발어선 선장으로 일할 당시 모습. 사진 김상헌 대표

경북 포항시 남구에서 해물요리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상헌 대표가 과거 대게잡이 통발어선 선장으로 일할 당시 모습. 사진 김상헌 대표

 
힘든 순간도 있었다. 김 대표는 “통발 무게 때문에 선체가 많이 가라앉아 있는 상태에서 큰 파도가 덮쳐 기관실에 갑자기 물이 들어찬 순간이 있었다”며 “빠르게 대처를 해서 겨우 위기를 넘겼는데 자칫하면 배가 뒤집힐 수 있었다.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전했다.

그렇게 수년을 대게잡이에 매진했지만, 세월이 갈수록 조업이 어려워졌다. 급격한 기후 변화와 함께 외국 어선의 불법조업 등으로 대게잡이가 힘들어지고 각종 규제도 많아지면서다. 그 전까지 생각해본 적 없던 요식업 진출에 관심이 생긴 이유다.

창업 후 2년간 고생…“포기하지 말라”

호기롭게 해물요리 전문점을 창업했지만, 장사가 바로 잘 된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고생을 많이 했다. 완전히 허탕을 치는 날도 많았다”면서 “신선한 해물을 싼 가격에 내놓겠다는 초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기를 2년 정도 하니 단골이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한 해물요리전문점에서 조리되고 있는 주꾸미볶음. 김정석 기자

지난 16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한 해물요리전문점에서 조리되고 있는 주꾸미볶음. 김정석 기자

 
김 대표는 “지금 벼랑 끝에 내몰린 것 같아도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전국의 자영업자들을 응원했다. 그는 “잘 안 된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고 남에게 의지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며 “내 음식에 자부심을 갖고 항상 정직한 자세로 하다 보면 언젠가는 일어설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