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조사 직전 멈췄다…檢 "尹 탄핵 정국에 前대통령 수사 올스톱"

2017년 6월 21일 청와대 본관에서 당시 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이 일자리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을 마친 뒤 이날 일자리위원으로 위촉된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전 국회의원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2017년 6월 21일 청와대 본관에서 당시 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이 일자리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을 마친 뒤 이날 일자리위원으로 위촉된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전 국회의원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직무 정지 

문재인 전 대통령 뇌물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문 전 대통령 소환 조사 등 남은 일정을 잠정적으로 보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으로 탄핵심판을 받는 중인 데다 지난 26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 되면서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됐다.

전주지검은 30일 “문 전 대통령 사건과 관련해 물밑에선 확인하는 게 몇 개 있다”면서도 “현재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이나 조사 여부는 홀딩(일시 중단)시킨 상태”라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선 “윤 대통령 탄핵 정국 여파로 문 전 대통령 수사가 올스톱됐다”는 말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단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단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의혹 제기…전주지검장 5명 바뀌어

검찰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2018년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된 다음 같은 해 7월 항공업 경력이 전무한 사위 서모(45·이혼)씨를 본인이 실소유주인 타이이스타젯(태국 저비용 항공사) 전무로 채용하고 2020년 4월까지 급여(월 800만원)와 주거비(월 350만원) 등 2억2300만원을 준 게 사실상 문 전 대통령에게 건넨 뇌물로 보고 수사 중이다. 2019년 국민의힘이 처음 의혹을 제기했지만, 검찰은 시민단체가 2021년 12월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한 뒤에야 수사에 착수했다. 문 정부 땐 검찰 수사가 진척이 없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본격화됐다. 의혹 제기 후 약 5년간 전주지검장은 배용원→문성인→문홍성→이창수→박영진 등 5명이 바뀌었다.

수사가 급물살을 탄 건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 대변인을 맡아 ‘윤 총장의 입’으로 통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2023년 9월 전주에 부임하면서다. 이 지검장은 중소벤처기업부·중진공·인사혁신처·대통령기록관 등을 압수수색했고, 홍종학 전 중기부 장관 등 전 정부·청와대 인사 라인을 줄줄이 불러 조사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박영진 전주지검장은 같은 해 8월 30일 문 전 대통령 딸 다혜(42)씨 서울 집과 제주도 별장 등을 압수수색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하지만 핵심 참고인인 다혜씨와 김정숙 여사는 검찰 조사를 거부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해 10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수원고검·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해 10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수원고검·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연규 부장검사 사직…“개인 사정”

수사는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되기 석 달 전인 2017년 12월 13일 대통령비서실에서 그를 내정한 뒤 중기부 공무원 등에게 이 전 의원을 도우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지난해 12월 12일 조현옥 전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은 조 전 수석을 비롯해 문 전 대통령(뇌물수수), 이 전 의원(뇌물공여·업무상배임),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업무상배임) 등 4명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하던 전주지검 형사3부 한연규(사법연수원 37기) 부장검사가 지난 8일 사직서를 내면서 변수가 생겼다. 사실상 문 전 대통령 조사만 남겨둔 상태에서 수사팀을 이끌던 간부가 갑자기 그만두자 “탄핵 정국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한 부장검사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계엄 전부터 개인적으로 버티기 어려울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선을 그었다.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문재인 전 대통령 딸 다혜씨가 지난해 10월 18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문재인 전 대통령 딸 다혜씨가 지난해 10월 18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인사로 수사팀도 대폭 물갈이 

전주지검 형사3부 구성원도 대폭 물갈이될 예정이다. 법무부는 지난 23일 검찰 상반기 인사를 단행했다. 형사3부를 포함해 전주지검 소속 검사 11명은 다음 달 3일 자로 다른 검찰청으로 전출한다. 공석인 형사3부장엔 주네덜란드대사관에 파견된 배상윤(사법연수원 37기) 창원지검 부부장이 맡는다. 다음 달 24일 부임 예정이다.

일각에선 “형사3부장 자리에 부부장급을 앉힌 건 검찰이 문 전 대통령 수사를 뒷전으로 미루려는 정황”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전주지검 관계자는 “배 부부장 동기는 모두 부장”이라며 “검찰 (인사) 체계상 다른 지역에 파견을 가면 부장 TO(정원)를 잡아먹기 때문에 부부장으로 빼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형사3부 검사 교체 규모에 대해선 “(전주지검에) 오는 검사와 가는 검사 숫자가 차이 나는 데다 휴직하는 검사도 있다”며 “이를 종합해 1·2·3부 검사를 재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가 지난해 9월 8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등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가 지난해 9월 8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등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檢 “탄핵심판 상황 예의 주시”

정치권에선 “문 전 대통령 일가족 수사를 중단하는 게 정상화의 길”(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 “법과 원칙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하는 것”(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등 갈등이 여전하다. 여기에 박영진 전주지검장과 한기식 차장검사마저 다음 인사 때 교체되면 문 전 대통령 수사가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탄핵 인용에 따른) 조기 대선이든 탄핵이 기각되든 탄핵심판이 클리어하게(말끔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검찰 간부) 인사는 쉽지 않다”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