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할머니는 30일 칠곡군 지천면 자택에 모인 가족들에게 세배를 받은 후 즉흥 랩으로 새해 덕담을 전했다. “손자는 장가가고, 손녀는 시집가고, 아들은 운동하고, 딸은 꽃길 가자!”라는 유쾌한 가사였다. 이를 들은 가족들은 손뼉을 치면서 박 할머니에게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보냈다.
“랩으로 덕담…세대 간 소통에 도움”
며느리인 금수미씨는 “어머님이 랩으로 덕담을 하실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덕담 랩은 아이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갈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그동안 농사일을 주제로 한 랩 ‘고추밭에 고추 따고’와 서울 방문 소감을 담은 ‘서울에 오니 차도 많다’ 등 다양한 경험을 주제로 한 즉석 랩을 통으로 세대 간 소통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해 왔다.
그는 앞서 지난 6일 칠곡군청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저출산 극복과 새해 건강을 기원하는 랩 ‘새해 행복하세요’를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칠곡군 왜관읍에서 열린 ‘쩜오골목 축제’에서 다른 할매래퍼 그룹의 리더와 일대일 랩 배틀을 펼쳐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한글 공부하다 그룹 결성…외신도 주목
인생의 애환이 담겨있는 자작시로 랩 가사를 만든 수니와칠공주는 창단 초기부터 전국적인 관심을 받으며 회원 150명이 활동하는 팬클럽까지 결성됐다. 이들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공연을 펼치기도 했고, 대기업 광고와 국가보훈부·국무총리실 등 정부 정책 홍보 영상에도 출연했다.
또 KBS 인간극장과 아침마당 등 시청률 상위권 프로그램을 비롯해 70회에 걸쳐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물론 신문 지면과 인터넷 등 언론에서 1500회 이상 소개됐다. 로이터·AP·CCTV·NHK 등 세계 주요 외신에도 수니와칠공주를 기사로 다뤘다. 최근에는 폴란드 영화감독이 이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 중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오는 3월 폴란드에서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수니와칠공주의 영향을 받아 칠곡군에는 할매 래퍼 그룹이 6개나 결성됐다고 한다. 앞으로 칠곡군은 ‘할매문화관’을 건립하고 ‘할매시화거리’를 조성하는 등 수니와칠공주를 비롯한 실버세대의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