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장관 부활 신호탄은 지난 10일 공표된 한국갤럽 조사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32%)에 이어 지지율 2위(8%)로 약진했다. 이후 범여권 후보 가운데 ‘1위’를 가리키는 조사가 잇따랐다. 지난 23~24일 조사해 27일 공표한 중앙일보·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김 장관은 이재명 대표(36%)에 이어 16%의 지지율로 2위를 차지했다. 범여권 후보 중 가장 앞선다. 본지 신년 여론조사(지난달 29~30일 조사) 때보다 10%포인트 오른 수치다. 조선일보·케이스탯리서치 조사(지난 21~22일) 때 김 장관 지지율은 15%였다. 2·3위인 홍준표 대구시장(11%)과 오세훈 서울시장(8%)을 앞섰다.
인기 요인은 뭘까.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반(反)이재명 여론과 반(反)민주당 정서가 다른 범여권 후보들보다 강력하게 작동하는 인물이 김 장관”이라고 말했다. ‘반(反) 윤석열-이 대표-민주당’ 전선의 대척점에 선 인물이란 것이다.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김 장관을 선호하는 이유를 묻자 ‘주관이 뚜렷해서’, ‘소신이 있어서’가 16%로 가장 많았다. (※전국 만 18세이상 1031명 대상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 응답률은 13.3%.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김 장관은 지난해 12월 11일 국회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긴급현안질문’에서 “국민 앞에 백배사죄하라”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요구에 일어서서 고개 숙인 다른 국무위원들과 달리 혼자 꼿꼿하게 앉아 있었다. 김 장관은 헌법재판관 2명 임명을 결정한 최상목 권한대행에 대해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YTN라디오에서 “청렴성과 소탈함을 보이며 새로운 리더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평균 신고재산은 37억3764만원(2024년 기준)인데, 김 장관 본인과 배우자(설난영) 명의 재산은 8억7200만원으로 4분의 1수준이다. 과거 경기지사(2006~2014) 재임 시절 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계획을 발표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무한돌봄 사업을 도입하는 등 행정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도 있다.
김 장관 지지율이 과대 표집됐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정국 속에 위기감을 느낀 보수 성향 시민들이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면서 김 장관 지지율을 밀어 올렸다는 것이다. 야권에서도 특별한 정치 행보를 보이지 않는 김 장관의 지지율이 높은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지나치게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는 정치적 스탠스도 한계로 지적된다. 대선은 투표율이 높은 만큼 중도층 표심이 승부를 가른다. 김 장관은 2022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지낼 때 국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부르는 등 이념적으로도 편향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정치라는 게 쓰나미와 같아 ‘되겠다’ 싶으면 확 휩쓸린다”면서도 “(김 장관이) 중도층을 공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 측근인 차명진 전 의원은 “김 장관 지지율이 오르는 요인은 이념적 스탠스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개인 서사에 농축된 인간적 매력”이라며 “이 매력이 유튜브로 퍼져 지지율이 오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출마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최근 기자들에게 “정치한다고 얘기한 적도 없는데 왜 이렇게 나올까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에 답답하고 목마른 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장관은 설을 앞두고 전통시장 방문(21일 수원), 인천산재병원 위문(22일 인천) 등의 외부일정을 소화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명절을 맞아 전통시장을 방문하지 않은 장관은 없던 것으로 안다”고 했지만, 정치권에선 “민심을 잡기 위한 광폭 행보에 나선 것 아니겠냐”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