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낸 김부겸 전 총리의 측근들이 전한 그의 심경이다. 김 전 총리는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출마할 건가’란 질문에 “총대를 메라면 메겠고 도울 게 있다면 돕겠다”고 답했다. 에둘렀지만 대선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재명 1극 체제’라 불리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런 ‘온건한’ 방식으로라도 다른 깃발을 든 건 그가 처음이었다.
김 전 총리와 가까운 한 인사는 “대선 출마든 아니든 김 전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에 승부를 봐야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그는 ‘여러 세력을 아우를 수 있게 텐트를 크게 쳐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중도 우파까지 껴안는 ‘범(凡) 탄핵찬성’ 빅텐트를 꾸려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의 주변에선 “당내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동연 경기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함께 경쟁할 수 있는 연합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식을 고민중”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실제로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급거 귀국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과는 이미 만남을 가졌다. 김 전 총리 측에선 “일부 인사를 만나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민주 진영이 다양하고 건강해져야 한단 것에 비명(비이재명) 주자들은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그는 과거 민주당이 보여준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며 ‘이재명 일극체제’에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지난 20일 청년들과 영화 ‘하얼빈’을 함께 관람한 그는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역전 당한 최근 상황과 관련해 “(민주당이) ‘윤석열 정권처럼 서두르고, 국민 생각 안 하고 자기 고집대로 한다’는 실망감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아직 김 전 총리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에 크게 못미친다. 하지만 그 주변에선 “중도 표심을 잡는 게 본선 승부를 가르는 만큼 출마를 공식화하면 주목도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표출된다.
민주당 인사들은 정치인 김부겸이 가장 주목 받았던 순간으로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꼽는다. 그는 당시 보수 진영의 아성인 대구 수성갑에서 김문수 후보를 꺾었다. 3선을 거뒀던 수도권의 텃밭(경기도 군포)을 버리고 내려가 2012년 19대 총선과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신 뒤 얻은 성과였다.
지역구도 극복에의 진정성, 탈권위적이며 헌신적인 이미지, 중도층 흡인력 등은 그의 정치적 자산이다. 하지만 기회를 낚아채는 승부사적 기질에선 아쉬움을 남긴 것도 사실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민주당 내에 머물러선 존재감이 커지긴 어려울 것”이라며 “빅텐트를 꾸리려면 탈당해 나올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