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로겐 노출 기간 길어져
젊은 환자 급증, 정기 검진은 필수
한국 여성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단연 유방암이다. 여성암 환자 10명 중 2명(21.8%)은 유방암이다.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이경훈 교수는 “유방암은 똑같이 유방에 생긴 암이라도 동일한 양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며 “유방암 세부 유형에 맞춰 정교한 맞춤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전 연령대를 통틀어 40대에서 유방암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 젊더라도 유방암 검진에 소홀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한국 여성에게 유방암의 위협은 당면한 미래다. 서울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한원식(한국유방암학회 이사장) 교수는 “학업·취업 등으로 결혼이 늦어지고 일·가정 양립이 어려워 임신을 미루는 등 여성의 삶이 바뀌면서 향후 10년간은 유방암 발생률이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여성성의 상징인 가슴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민감하다. 체내 에스트로겐 노출은 초경·배란·임신·출산·수유 등과 관련이 깊다. 매년 12세 이전에 초경을 하는 인구 비율이 늘고, 첫 임신·출산 연령이 높아지며, 출산 자녀의 수도 줄어들면서 예전보다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유방암 발병 위험이 커진다는 의미다. 사회·경제적 손실도 크다.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신갑수 교수는 “여성암 발생률 1위인 유방암은 4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해 경력단절 등으로 사회·경제적 손실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유방암 경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암 진단 후 퇴사·휴직 등 경력단절을 경험한 환자는 90%에 이른다.
유방암은 10년, 20년 지나도 암세포 증식해
최신 치료법이 임상 현장에 적용되면서 유방암 치료 상식도 바뀌었다. 대표적인 것이 허투(HER2) 저발현 개념이다. 전이성 유방암에서 허투를 표적으로 하는 ADC 항암제(엔허투)가 등장하면서 유방암 분류 기준이 새롭게 제시됐다. 김형석 교수는 “예전에는 허투 수용체가 있더라도 발현 수준이 낮으면 허투를 표적으로 치료하지 못해 삼중음성유방암으로 분류했지만, 이제는 허투 저발현이라는 그룹으로 분류한다”고 말했다. 허투 발현 여부 그 자체가 중요해진 배경이다. 허투 발현 수준이 높을수록 엔허투 치료 효과가 우수하지만, 허투 발현도가 낮더라도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전체 유방암에서 허투 양성 유방암은 15~20%지만, 허투 저발현까지 포함하면 그 범위가 50~80%까지 넓어진다. 허투 음성으로 분류됐어도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허투 저발현 그룹일 수 있다.
삼중음성유방암도 면역·ADC 항암제로 치료
조기 유방암 분야에서는 일·가정 양립을 핵심으로 한 치료 편의성을 강조한다. 한국유방암학회에서 발행한 ‘유방암백서 2024’에 따르면 한국은 조기 유방암으로 분류되는 0·1·2기 환자가 90% 이상이다. 암 진행을 억제하기 위해 조기 유방암 단계에서 다양한 보조 요법을 시도한다. 수술 전에는 종양 크기를 줄여 절제 부위를 최소화하고 수술 후에는 미세 종양을 제거해 재발·전이 가능성을 낮춘다. 젊은 유방암 환자 발생 비율이 높은 한국에서 조기 유방암 치료에 주목하는 이유다. 이경훈 교수는 “조기 유방암 단계에서도 면역 항암 치료로 치료했더니 전체 생존율 향상 효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당일 항암 치료로 지속적인 경제활동도 돕는다. HER2 양성 유방암에서 쓰이는 피하주사 치료(페스코)가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3주마다 항암 치료를 받는데 기존에는 정맥 주사 치료로 한 번 투약할 때마다 270분 정도가 걸렸다. 반면에 피하주사 치료는 항암제 투약부터 모니터링 완료까지 20분 정도 소요된다. 기존 항암 치료 시간과 비교해 최대 90% 단축한 셈이다.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다. 한국 40~69세 여성에게 유방촬영술을 이용한 유방암 검진을 2년마다 지원한다. 유방암 검진은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19% 낮출 수 있다. 가슴 멍울, 유두 함몰 등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