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판 깔고 머스크 돈 걸고…버핏도 꿰뚫어 본 '1400조 시장'

미래 시장으로 떠오른 탄소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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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귀환과 함께 ‘저탄소 화석연료’로 꼽히는 천연가스가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드릴, 베이비, 드릴(뚫어라 계속 뚫어라)’을 외치며 천연가스 시추(drill)를 늘리겠다고 공언해왔다. 마침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전력원으로서 천연가스 수요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폐기물 처리 산업’인 탄소포집 분야가 미래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큰손’ 역할을 하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탄소포집 시장이 2040년 1조 달러(약 1460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머니랩이 미래 성장 산업인 탄소포집 투자법을 정리했다.

AI 열풍 타고 전력수요 급증…화석연료 탈탄소 기술 중요 

화석연료를 태우거나 철강·시멘트 같은 산업의 공정에선 다량의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탄소포집·저장·활용(CCUS)은 이럴 때 나오는 탄소를 포집한 뒤 이를 자원으로 활용하거나, 유출 가능성이 낮은 암석층 등 지층에 영구히 저장하는 기술이다. 화석연료 사용이 불가피한 철강 등 제조생산 단계에서부터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데다, 이미 배출된 탄소도 줄일 수 있어 탈탄소 실현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세계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탄소포집 기술로 감축한 탄소량이 전체 탄소 감축량의 1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다만 탄소포집 분야는 그동안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포집 비용부터 넘어야 할 장벽이다. 산업별 특징에 따라 다르지만, t당 포집 비용이 80달러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권이균 공주대 교수(전 한국 CCUS 추진단장)는 “탄소포집이 대형화할 경우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절감이 이뤄지고, 수익화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2035년 이후에는 민간 주도의 탄소포집 산업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4년에 걸쳐 ‘탄소포집 경연대회’를 진행해 왔다. 연간 1Gt(기가톤), 즉 10억t(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입증한 사람이 5000만 달러의 우승상금을 차지하는데, 오는 4월 22일 결정된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최근 탄소포집 시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졌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덕분이다.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친환경 기조에 따라 태양광, 풍력 등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AI 구현을 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 등을 가동하게 되면서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데이터센터로 늘어난 전력 수요의 60%를 천연가스가 담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라며 “빅테크들이 탄소포집, 직접공기포집(DAC) 등 탄소 제거 기술에 상당한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DAC(Direct Air Capture)는 대기 중의 공기를 흡입해 기존에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제거하는 기술이다.


트럼프, 탄소포집 세금 혜택…머스크, 상금 걸고 기술 확보 

이미 빅테크들은 웃돈을 주면서 탄소포집으로 만들어진 탄소배출권을 사들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7월 미국 석유기업 옥시덴털페트롤리움(옥시덴털)의 자회사인 ‘원포인트파이브(1PointFive)’사가 DAC를 통해 만든 탄소배출권 50만t을 구매하기로 했다. DAC의 탄소배출권은 일반 탄소배출권보다 비싸게 거래된다. 금융정보기업 S&P글로벌은 2024년 일반적인 탄소포집으로 만들어진 탄소배출권 가격을 t당 109달러로, DAC로 생성된 탄소배출권 가격을 t당 300~2000달러로 평가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트럼프 정부 출범도 긍정 요소 중 하나다. 미국의 석유 기업들은 노후한 유전에서 석유 생산량을 늘리는 석유회수증진(EOR) 기술을 중심으로 탄소포집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트럼프는 값싼 에너지와 미국의 에너지 패권을 위해 석유와 천연가스 등의 시추를 늘리겠다고 공언해왔다. EOR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 중에도 탄소포집 세액공제 금액을 t당 20달러에서 50달러로 늘렸다. 현재 세액공제 금액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85달러까지 늘어났다. 트럼프가 IRA를 손볼 거란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탄소포집 기술은 수소·원자력·바이오연료 등과 함께 자금 삭감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항목으로 분류된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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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탄소포집과 관련해 가장 관심을 받는 기업은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는 옥시덴털이다. 옥시덴털은 미국 텍사스에 세계 최대 DAC 시설인 ‘스트라토스(Stratos)’를 짓고 있다. 올해 중 완공될 경우 매년 최대 50만t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게 된다. 옥시덴털은 2030년까지 100개의 대규모 DAC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DAC의 주요 수익원은 탄소배출권 판매다. 빅테크 등 ‘자발적 구매자’가 주 고객층이다. 미국 포브스는 지난해 11월 옥시덴털이 마이크로소프트에 판 탄소배출권 판매 가격을 t당 500달러로 추산해, 총 2억5000만 달러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비키 홀럽 옥시덴털 CEO는 “DAC는 장기적으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엑손모빌(ExxonMobil)도 2023년 미국 최대 이산화탄소 운송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덴버리(Denbury)’를 49억 달러(약 7조원)에 인수하는 등 탄소포집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엑손모빌은 미국 걸프 연안에 미국 최대의 탄소 저장소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 화학업체 등이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곳으로 옮겨 저장하는 사업이다. 엑손모빌은 2050년까지 탄소포집 등 저탄소 관련 시장 규모가 연간 6조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버핏이 투자한 옥시덴털 등…국내외 관련주식 노려볼 만 

문제는 이들 기업이 탄소포집만 하는 기업은 아니라는 점이다. 탄소포집 시장이 개화 단계인 만큼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등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박장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탄소포집 수요와 사용처 모두 늘어나는 건 맞지만 투자 아이디어에 100% 부합하는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옥시덴털은 DAC가 계획대로 추진되고 배출권 수요가 이어진다면 관련 사업 규모가 기업 이익의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포집에 필요한 재료를 만드는 분야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에서는 OCI 계열사인 유니드가 수혜주로 꼽힌다. 유니드는 가성칼륨·탄산칼륨 등 칼륨제 화학제품 세계 1위 기업이다. 가성칼륨·탄산칼륨은 탄소포집 때 ‘흡수제’로 사용된다. 위정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북미 에너지 기업의 지지를 받는 탄소포집은 IRA 폐지 리스크를 비켜가는 산업”이라며 “유니드와 관련된 습식 포집 방식은 현재 탄소포집 시장의 75%를 차지해 시장 성장 시 수혜가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유니드 역시 탄소포집보다는 탄산칼륨의 원료인 염화칼륨 가격 추이가 실적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김효식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운용2본부 2팀장은 “탄소포집 전문 기업은 대부분 비상장 기업이고, 상장돼 있는 ‘넷파워(NPWR)’ 등 일부 기업들도 흑자로 전환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탄소포집이 유망한다고 판단한다면 현재 적자를 보더라도 탄소포집에 사업이 집중된 기업을 포트폴리오에 일부 편입하는 방식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