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다음 타깃 EU 지목에…독일 "EU 관세 대응 옵션 있다" 맞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캐나다·멕시코에 이어 사실상 다음 타깃으로 유럽연합(EU)을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음 관세 부과 대상국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확실히 EU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EU와 (2020년 EU에서 탈퇴한) 영국 등 다른 나라에도 관세를 무조건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미국은 사실상 세계 거의 모든 국가로부터 갈취 당해왔다"며 "우리는 거의 모든 국가와의 무역에서 적자인데 이런 상황을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EU와의 무역에서 3500억 달러(약 514조원)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게 트럼프의 시각이다.    

EU도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이날 트럼프 발언에 앞서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측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EU 상품에 대한 부당하거나 자의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모든 무역 파트너국에 대해선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세 조치는 기업 비용을 높이고 노동자·소비자에 피해를 주며 불필요한 경제적 혼란을 일으킨다"며 "관세는 모든 측면에서 해롭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2월 2일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합동기지에 도착한 후 에어포스원 옆에서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2월 2일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합동기지에 도착한 후 에어포스원 옆에서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U 회원국들도 즉각 반발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관세 장벽으로 세계를 분열시키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EU는 강력한 경제권으로 자체적인 대응 옵션이 있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EU가 '물어뜯기(biting)' 전략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마크 페라치 프랑스 산업부 장관은 "협상에서 EU가 미국 경제를 '물어뜯을' 만한 카드가 있어야 한다"며 "(자국이 강점을 가진) 비행기·헬리콥터·원전 등에 대해 '유럽산 구매법(Buy European Act)'을 적용하자"고 말했다.  


캐나다 일부 "자체적 보복 조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2025년 1월 21일 멕시코시티의 국립궁전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2025년 1월 21일 멕시코시티의 국립궁전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 이어 캐나다도 세계무역기구(WTO)에 '트럼프 관세'를 제소하겠다고 2일 밝혔다. "미국의 관세 조치가 미국이 맺은 무역 약속을 위반하는 것"(캐나다 정부 관계자)이란 이유에서다. 이 관계자는 AFP통신에 "우리는 미국과 맺은 협정(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따라 우리가 가진 구제 방안을 추구할 것"이라고도 했다. 

일부 캐나다 주(州)정부는 자체적인 보복 조치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온타리오 주정부는 "오는 4일부터 공기업인 LCBO 매장에서 미국산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LCBO 카탈로그에서 미국산 수입품을 제외해 소매업체·식당 등이 주문할 수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지사는 "매년 LCBO는 (온타리오에서) 10억 달러(약 1조4700억원)의 미국산 와인·맥주 등을 팔았지만 이젠 더는 아니다"며 "캐나다산 상품을 선택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때는 없다"고 말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025년 2월 1일 온타리오주 오타와에서 트럼프표 관세 관련한 대응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025년 2월 1일 온타리오주 오타와에서 트럼프표 관세 관련한 대응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과거 '6·25 참전' 등을 거론하며 트럼프 관세를 강력히 비판했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에서 한반도의 산악, (벨기에) 플랑드르의 들판부터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의 거리까지 가장 어두운 시간에 미국과 함께 싸우고 죽었다"며 미국과 캐나다가 가장 가까운 동맹이었다고 했다. 그는 "존 F.케네디 대통령이 말했듯 역사는 우리를 친구로, 경제는 우리를 파트너로, 필요는 우리를 동맹으로 만들었다"며 "우리는 항상 미국인과 함께 서 있고, 함께 슬퍼했다"고 호소했다. 

관세 타깃이 된 멕시코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예고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2일 온라인 대국민 연설에서 "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 조처에 대한 우리 전략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보복 관세' 부과 대상으로 정한 미국산 개별 품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일시적 조치일수도"

이런 상황에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번 관세 부과가 '일시적 조처'로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골드만삭스는 2일 발표한 관련 보고서에서 "경제적 피해와 마약 유입 억제라는 조건 등을 고려할 때 이번 관세 부과는 일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월 31일 워싱턴 DC의 오벌 오피스에서 "규제 완화를 통한 번영의 해방"이라는 행정 명령에 서명한 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월 31일 워싱턴 DC의 오벌 오피스에서 "규제 완화를 통한 번영의 해방"이라는 행정 명령에 서명한 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가 캐나다·멕시코·중국에 고율의 관세를 물리려는 이유가 미국 내 마약 유입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다. 트럼프는 멕시코와 접한 남부 국경, 캐나다와 맞닿은 북부 국경에서 마약인 펜타닐이 대량으로 들어오고 있고 펜타닐 원료를 중국이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는데, 펜타닐 문제가 해결되면 트럼프가 언제라도 관세를 철회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보고서는 "4일 관련 행정명령 발효 직전에 타협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트럼프는 2일 기자들에게 "(관세 행정명령 발효 전날인) 내일(3일) 오전에 트뤼도 총리와 대화할 것이고, 멕시코 쪽과도 대화할 것"이라며 협상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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