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면회 가는 건 비겁" 아픈 말 골라하는 김재섭 왜 [who&why]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서울 도봉갑)이 2024년 12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히고, 당론 채택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서울 도봉갑)이 2024년 12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히고, 당론 채택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당 지도부와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연일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당에 아픈 말만 골라 하는 김 의원을 두고 일각에선 “여당에 보기 드문 쓴소리맨”(초선 의원)이라고 평가하지만 “야당 의원과 다를 게 뭐냐”는 비난도 적잖다.

김 의원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3일 윤석열 대통령을 면회한 걸 두고 “임기 중엔 듣기 좋은 소리만 하다가, 대통령 구속 뒤 새삼스레 인간적 도리를 다한다는 건 비겁하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라디오에서 “비겁하다는 건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동료 의원들이 의견을 내길 주저하는 각종 예민한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권 위원장이 우파 유튜버들에게 설 선물을 보내자, 2020년 당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불교계에 육포를 선물한 것에 빗대 “실수지만 여당 선물은 그 자체가 메시지라 신중해야 했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일) 윤 대통령이 (의원이 아닌) 요원을 빼내라고 한 것”이라고 말한 걸 두곤 “택도 없는 얘기”라고 했다. 부정선거론엔 “법률가인 윤 대통령도 아니란 걸 알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김 의원의 행보는 여당 지지율 상승 뒤 당 인사들이 강성 지지층을 자극하지 않고 오히려 ‘구애 모드’인 것과는 정반대다. 특히 당 요직인 조직부총장인 그가 당 지도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2024년 12월 7일 오후 국회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투표 후 권영세, 권성동 의원 등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2024년 12월 7일 오후 국회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투표 후 권영세, 권성동 의원 등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의원이 ‘쓴소리 맨’을 자처하는 건 그를 둘러싼 정치적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김 의원의 지역구는 서울에서도 여당 험지로 통하는 도봉갑이다. 여권 관계자는 “영남 등 텃밭 지역 의원보다 김 의원은 자신의 당락을 쥔 중도 민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소장파라는 포지션이 그의 내부 비판을 불 지핀다는 해석도 있다. 김 의원은 2020년 청년정당인 ‘같이오름’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정계에 발을 들였고, 이후 ‘김종인 비대위’에 발탁되는 등 당 주류와는 거리가 멀었다. 동료 의원은 “김 의원에 대한 쇄신 기대감이 크지만, 반대로 그가 주요 국면에서 머뭇거리면 남들보다 더 거센 비난의 표적이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 의원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해제 요구안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4일 뒤 탄핵 표결에 불참했다가 비난에 휩싸였다. 김 의원 측은 “지역 사무실이 달걀 세례를 받는 건 흔했고, 자택 앞에 흉기가 배달된 적도 있다”며 “최근엔 ‘야당 같다’고 반발하는 지지자도 많아 늘 긴장 상태”라고 전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연말 조직부총장을 제안받았을 때도 권 위원장과 권 원내대표에게 “앞으로도 계속 싫은 소리할 건데, 부담되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중앙일보에 “두 분 다 ‘눈치 보지 말고 계속 비판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여당 관계자는 “김 의원이 일종의 ‘레드팀’으로 건전한 내부 비판을 계속해달란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