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중국판 챗GPT'인 딥시크(DeepSeek)를 인위적으로 띄우기 위해 외교관 계정을 비롯한 각종 정부 관련 소셜미디어(SNS)를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방에서 딥시크에 주목하기 전부터 일제히 SNS 선전 활동이 이뤄지면서 의심을 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온라인 데이터 분석 업체 '그래피카'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정부와 연계된 SNS 계정에서 딥시크 출시 관련 보도를 확대했다"며 "딥시크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를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을 퍼뜨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외교관, 대사관 및 국영 언론 계정 등이 (선전 활동에) 포함됐다"고 했다. 이런 움직임은 X(옛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미국의 SNS 계정은 물론 중국의 뉴스 온라인 플랫폼 투타오, '중국판 X'로 불리는 웨이보 등에서도 확산됐다.
4일 중국의 SNS 웨이보에 올라온 딥시크 관련 글. 사진 웨이보 캡처
4일 중국 SNS 웨이보에 올라온 딥시크 사용법 관련 글. 사진 웨이보 캡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딥시크가 AI 모델 ‘R1’을 발표한 직후 가장 먼저 X에서 딥시크의 성과를 논의하는 게시물이 유포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일부 선전물의 경우, 중국 배후로 의심되는 조직이 생성형 AI를 사용해 만든 영상물인 것으로 파악됐다.
4일 스레드에서 공유되고 있는 AI전쟁 밈. 사진 스레드 캡처
이후 중국의 각종 SNS에 “(미국 경쟁업체인) 오픈AI가 정말 울겠다”, “정말 강한 딥시크”라는 등의 칭송글이 쏟아졌다. 4일 기준 웨이보에 오른 딥시크 관련 게시물만 3만1000여건으로 집계됐다. 또 위챗(중국명 웨이신)에선 딥시크가 '중국의 자존심'이란 점을 강조하는 이모티콘이 유행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팔짱을 낀 채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거나 웃고 있는 고양이와 강아지 모양의 이모티콘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스레드 등의 SNS에선 영화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의 한 장면인 킹콩과 고질라간 싸움을 패러디한 ‘AI 전쟁’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도 퍼지고 있다. 각기 미·중의 AI 선두기업을 상징하는 오픈AI와 딥시크를 차용한 것이다.
중국의 적극적인 선전전 덕분일까. 딥시크의 AI 모델은 출시된 지 5일만인 지난 3일 애플 앱스토어에서 오픈AI의 ‘챗GPT’를 제치고 무료 앱 다운로드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딥시크 쇼크'는 월가도 덮쳤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기술주를 대량 매도하면서 AI 업계의 최강자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에서 5930억 달러(약 792조 원)가 증발하는 등 월가 사상 최대 규모의 하루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외교 무대에서도 이런 'AI굴기'를 적극 설파하고 있다. 이날 푸총 주유엔 중국대사는 "미국의 대(對)중국 기술 봉쇄정책이 효과가 없다는 교훈을 줬다"고 주장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