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 선호에 20대 ‘취포자’ 늘어...근무 2년 줄고 소득 13% 감소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5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를 찾은 취업 준비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5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를 찾은 취업 준비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신입보다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20대 청년층이 취업에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경력 쌓을 곳 없는 20대는 취업이 늦어지면서 그만큼 평생 벌 수 있는 돈도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은행 고용분석팀 채민석 과장과 장수정 조사역이 발표한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 보고서 내용이다. 경력이 없는 사람(비경력자)의 취업 확률은 2017~2021년 평균 1.4%로 경력자(2.7%)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연구진이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실업자와 임시ㆍ일용직 근로자가 한 달 이내에 상용직에 취업한 비율을 분석한 결과다.  

2006~2010년만 해도 비경력자와 경력자의 취업 확률은 각각 1.8%와 2.7%였다. 하지만 이후 10년 동안 기업의 경력직 선호 추세가 두드러지면서 비경력자의 취업 확률만 0.4%포인트가량 하락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기업들의 경력직 채용 비중은 2009년 17.3%에서 2021년 37.6%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이제 막 노동시장에 진입해 경력이 부족한 20대가 더 크게 타격을 입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력과 무관하게 취업할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와 경력직 채용이 늘어난 현재를 비교하니 2030의 상용직 고용률이 모두 내려갔는데 20대 하락 폭이 30대보다 컸다. 20대는 44%에서 34%로 10%포인트 하락한 데 반해, 30대는 54%에서 51%로 3%포인트 낮아졌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또 사회초년생이 20세부터 30년간 경제활동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첫 취업이 늦어지면서 생애 총 취업 기간도 2년(21.7년→19.7년) 줄었다. 그 결과 취업 이후 기대할 수 있는 평생 소득은 현재 가치를 기준(연 5% 금리 할인)으로 3억9000만원에서 3억4000만원으로 13.4% 감소했다.  


문제는 취업 실패 반복으로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니트족(NEETㆍ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비경력자의 구직 노력이 30% 낮아진 경우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20대 청년들의 고용률이 28.5%로 현재보다 5.4%포인트 낮아졌다. 30대와의 고용률 격차도 1.1%포인트 확대됐다. 이 경우 생애 총 취업 기간은 1.6년 더 줄어든 18.1년, 생애 소득의 현재 가치도 10.4% 추가로 낮아져 3억원 수준에 그치게 된다.  

20대가 눈높이를 낮추고 하루라도 빨리 노동시장에 진입해 경력을 쌓으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한국은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여전히 큰 데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쉽지 않아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 중 1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중은 10.1%로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채민석 한은 과장은 “산학협력 프로그램ㆍ체험형 인턴 등을 통해 청년들이 충분한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고, 임금 격차ㆍ안정성 등에 따른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해 중소기업ㆍ비정규직으로 경력 개발을 시작할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꺼리는 데 대해선 “정규직-비정규직 간 해고 비용 격차를 줄여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 기업도 비정규직 직원을 교육해 정규직화하는 선순환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