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면 몸 따뜻해져" 한파에 한 잔 두 잔…그러다 큰일 납니다

서울에 올해 첫 한파경보가 발령된 4일 서울 중구 명동을 찾은 여행객들이 강풍을 맞으며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에 올해 첫 한파경보가 발령된 4일 서울 중구 명동을 찾은 여행객들이 강풍을 맞으며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한낮에도 기온이 영하 11도 밑으로 떨어지는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한랭질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고혈압·당뇨병 등의 심뇌혈관질환이 있는 경우 추위에 갑자기 노출되면 질환이 악화될 수 있어 야외활동을 가급적 자제할 것이 당부된다.

4일 질병관리청은 이번주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데 따른 한랭질환 발생 등 건강 악화에 주의를 당부했다.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1.5도를 기록했다. 바람도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가까이 떨어졌다.

질병관리청이 전국 514개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파로 인한 건강피해 발생을 집계하는 ‘한랭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올 겨울(지난해 12월~이달 2일) 현재까지 총 233명의 한랭질환자가 발생했다. 지난해(324명)보다는 감소했지만, 이번주 내내 영하권 날씨가 예보돼 피해가 급증할 수 있다.

한랭질환은 추위가 직접 원인이 돼 인체에 피해를 주는 질환으로 저체온증, 동상·동창 등이 대표적이다. 올 겨울 신고된 한랭질환자를 질환별로 보면 저체온증이 84.5%(197명)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저체온증은 중심체온(심부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진 상태로, 오래 지속되면 심장 박동과 호흡이 느려지며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한랭질환자가 발생한 장소는 길가(23.6%), 주거지 주변(15.9%), 강가·해변(7.3%) 등의 실외(71.7%) 장소가 많았다. 하지만 집에서 발생한 환자도 20.2% 있어 실내에서도 보온과 적정 온도 유지에 신경 써야 한다.  


체온 조절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한 고령층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한랭질환자를 연령별로 보면 65세 이상이 57.5%로 절반 이상이었다. 심경원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기온 변화에 잘 적응하지만, 고령이거나 당뇨·고혈압 등 혈관 쪽 질환이 있는 경우 자율신경 반응이 느리고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심장에서 먼 손발에 (추위로 인한) 손상이 발생하는 등 한랭질환에도 더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저질환자, 외출 자제가 최선”…‘과음’ 자제도 중요

한랭질환 관련 카드뉴스. 질병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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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심뇌혈관질환을 지닌 고령층은 급격한 온도 변화를 최대한 피하는 게 좋다. 기온이 낮아지면 혈관이 수축하는데, 심장과 뇌에 피를 보내는 혈관에 이미 문제가 있는 기저질환자는 혈압이 상승하고 혈액이 끈적끈적해지는 등 증상이 빠르게 나빠질 수 있어서다. 

김충기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기저질환자는 갑작스러운 혈관 수축이 장기에 영향을 미쳐 금방 병이 악화할 수 있다”며 
“추운 환경에 노출돼 호흡곤란이나 흉통 등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의 증상 변화가 있는 경우 즉각 의료진의 평가를 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기저질환자와 고령층·어린이는 한파에 야외활동을 삼가는 게 좋다. 불가피하게 외출할 경우 ▶얇은 옷 여러 겹 껴입기 ▶장갑·목도리·모자·마스크 등으로 보온 강화 ▶옷·신발이 젖었을 때 신속히 마른 것으로 교체 ▶무리한 운동 자제 등의 수칙을 지켜야 한다. 김 교수는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는 보온에도 한계가 있어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운동도 실내에서 하길 권고드린다”고 했다.

한파에는 과음을 피할 것도 당부된다. 술을 마시면 체온이 일시적으로 올랐다가 급격히 떨어지지만, 추위를 인지하지 못해 위험할 수 있다. 심 교수는 “술을 마시면 즉각적으로는 혈관이 확장되면서 열이 오르는 느낌이지만, 오히려 열이 발산되면서 저체온증 위험이 커진다”며 “감각·인지 능력이 떨어져 추운 곳에서 잠드는 상황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했다.

한랭질환 관련 카드뉴스. 질병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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