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되자 2년 추가 불입
이씨는 이번에는 멈췄다. 바로 수령하지 않고 5년 연기했다. 국민연금은 화폐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전년도 소비자 물가상승률(CPI)을 반영해 연금액을 올린다. 이 규정에 따라 2020년 CPI 0.5%가 반영돼 2021년 연금이 196만여원으로 올랐다. 이런 식으로 매년 CPI가 누적 반영됐다. 올 1월엔 지난해 CPI(2.3%)가 반영돼 224만여원으로 올랐다. 여기에 연금 연기의 증액 혜택(36%)이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300만원 고지를 넘게 됐다. 연금 수령을 연기하면 연금액이 월 0.6%(연 7.2%) 더 나오는데, 이씨는 5년 연기한 덕분에 36% 늘었다.
국민연금 305만원 따져보니
32년 최고액 보험료 납부
5년 수령 늦춰 36% 증액
이런 사례 많지는 않을듯
32년 최고액 보험료 납부
5년 수령 늦춰 36% 증액
이런 사례 많지는 않을듯
좀 더 자세히 따져보자. 이씨는 1988~2019년 최고 등급의 보험료를 냈다고 한다. 국민연금은 소득 전액에 보험료(9%)를 매기지 않는다. 아무리 소득이 높아도 상한선(올해 617만원)까지만 매긴다. 상한선은 매년 조금씩 오르는데, 88년에는 200만원이었다. 상한선을 두는 이유는 세금이 아니라 사회보험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가입기간 내내 상한선 보험료를 낸 경우라서 매우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씨는 임의계속 가입을 활용했다. 2018년 만 60세가 돼 보험료를 안 내도 되는데 계속 냈다. 직장가입자가 임의계속 가입을 할 경우 자기 소득보다 낮춰서 보험료를 낼 수 없다. 이씨는 2년 최고 보험료를 냈다. 임의계속 가입은 회사가 절반을 대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다 내야 한다. 그런 탓에 국민연금공단은 임의계속 가입을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는다. 특히 소득이 높은 직장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추가 보험료와 추가 연금을 따지면 남는 게 별로 없다. 다만 연금의 절대 액수는 올라간다.
만약 이씨가 임의계속 가입을 하지 않았으면 300만원 고개를 넘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씨가 300만원을 넘기려고 임의계속 가입을 한 건 아닌 듯하다.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 수급자의 1.8배 오래 가입
국민연금공단은 60세에 도달한 가입자에게 이런저런 안내를 한다. 연금 가입 기간이 10년이 안 되면 임의계속 가입을 권유한다. 추가 가입해 10년을 채워서 연금을 받게 한다. 그게 과거 보험료를 일시금으로 찾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연금을 받을 때 다른 소득이 있으면 삭감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올해 기준으로 다른 소득이 308만 9062원 넘으면 연금이 깎인다. 한 사람이 많은 걸 가져가지 말라는 취지에서 삭감한다. 적게는 5만원 미만, 최대 절반 깎인다. 이를 피하는 방법의 하나가 수령 연기라고 연금공단이 안내한다.
평균수명까지 받으면 이득
그러나 이씨는 연기를 택했다. 이 덕분에 올 1월 연금이 80만 7350원(36% 증액) 늘었다. 만약 남성 평균수명(80.6세)까지 받는다고 가정하면 1억4129만원 늘어난다. 이래저래 따져봐도 연기한 게 이득이다. 소득이 제법 돼 연금이 삭감될 처지라면 말할 것 없다. 물론 연기를 선택하기 전 본인의 건강 상태를 따지는 게 중요하다.
국민연금 최고액은 그리 팍팍 뛰지 않는 편이다. 2018년 200만원 고개를 넘긴 후 조금씩 올라 2022년 249만원이 됐다. 지난해 10월에는 289만여원 수급자가 최고액이었다. 앞으로 300만원 수급자가 쏟아질 것 같지는 않다. 이씨와 같은 조건을 갖춘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1988~98년은 국민연금 수급자 입장에서는 황금기였다. 과거 소득의 얼마를 연금으로 받을지를 결정하는 소득대체율이 70%로 연금 역사상 가장 높았다. 이 기간이 얼마나 들었는지가 중요하다.
이씨는 온전히 거쳤다. 이 기간을 다 거쳐도 보험료가 높지 않았으면 300만원 넘기 쉽지 않다. 게다가 99년부터 소득대체율이 점점 떨어져 올해는 41.5%(2028년부터 40%)이다. 수령 시기를 연기해 액수를 증폭하더라도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