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뭘 했길래…'188만원→305만원' 국민연금 마법의 비결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월 연금이 300만원 넘는 수급자가 처음 나왔다. 오래 가입하고, 연금 수령을 늦춘 덕분에 지난달 305만원 수급자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상담센터 모습. 연합뉴스,

월 연금이 300만원 넘는 수급자가 처음 나왔다. 오래 가입하고, 연금 수령을 늦춘 덕분에 지난달 305만원 수급자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상담센터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국민연금이 300만원 넘는 수급자가 처음 나왔다. 수도권에 사는 67세 이모씨다. 지난달 24일 그의 통장에 305만원이 처음 입금됐다. 지난해 10월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는 705만 5954명. 이들의 평균 연금이 65만여원(특례·분할연금 제외)이라 이씨의 연금이 더욱 빛을 발한다. 

60세 되자 2년 추가 불입 

300만원 연금은 다이아몬드급이다. 좀체 나오기 힘들다. 다이아몬드급이 올라서는 데까지 다섯 박자가 맞았다. 고액 보험료, 장기 가입, 임의계속 가입, 물가 상승률 반영, 수령 연기 증액이다. 이씨는 1988년 국민연금 도입부터 2017년까지 30년 가입했다. 만 60세가 되면 더는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서 멈추고 연금을 받았으면 월 188만원(추정치)이 나왔을 것이다. 이씨는 2년 더 보험료를 냈고(임의 계속 가입), 이 덕분에 2020년 1월 약 195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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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이번에는 멈췄다. 바로 수령하지 않고 5년 연기했다. 국민연금은 화폐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전년도 소비자 물가상승률(CPI)을 반영해 연금액을 올린다. 이 규정에 따라 2020년 CPI 0.5%가 반영돼 2021년 연금이 196만여원으로 올랐다. 이런 식으로 매년 CPI가 누적 반영됐다. 올 1월엔 지난해 CPI(2.3%)가 반영돼 224만여원으로 올랐다. 여기에 연금 연기의 증액 혜택(36%)이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300만원 고지를 넘게 됐다. 연금 수령을 연기하면 연금액이 월 0.6%(연 7.2%) 더 나오는데, 이씨는 5년 연기한 덕분에 36% 늘었다. 

국민연금 305만원 따져보니
32년 최고액 보험료 납부
5년 수령 늦춰 36% 증액
이런 사례 많지는 않을듯
 
좀 더 자세히 따져보자. 이씨는 1988~2019년 최고 등급의 보험료를 냈다고 한다. 국민연금은 소득 전액에 보험료(9%)를 매기지 않는다. 아무리 소득이 높아도 상한선(올해 617만원)까지만 매긴다. 상한선은 매년 조금씩 오르는데, 88년에는 200만원이었다. 상한선을 두는 이유는 세금이 아니라 사회보험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가입기간 내내 상한선 보험료를 낸 경우라서 매우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씨는 임의계속 가입을 활용했다. 2018년 만 60세가 돼 보험료를 안 내도 되는데 계속 냈다. 직장가입자가 임의계속 가입을 할 경우 자기 소득보다 낮춰서 보험료를 낼 수 없다. 이씨는 2년 최고 보험료를 냈다. 임의계속 가입은 회사가 절반을 대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다 내야 한다. 그런 탓에 국민연금공단은 임의계속 가입을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는다. 특히 소득이 높은 직장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추가 보험료와 추가 연금을 따지면 남는 게 별로 없다. 다만 연금의 절대 액수는 올라간다. 


만약 이씨가 임의계속 가입을 하지 않았으면 300만원 고개를 넘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씨가 300만원을 넘기려고 임의계속 가입을 한 건 아닌 듯하다.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 수급자의 1.8배 오래 가입

이씨는 임의계속 가입을 포함해 32년 가입했다. 보기 드문 장기 가입이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신규 수급자의 평균 가입기간은 19.6년(특례·분할연금 제외)이다. 전체 수급자 평균은 17.5년이다.  

국민연금공단은 60세에 도달한 가입자에게 이런저런 안내를 한다. 연금 가입 기간이 10년이 안 되면 임의계속 가입을 권유한다. 추가 가입해 10년을 채워서 연금을 받게 한다. 그게 과거 보험료를 일시금으로 찾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연금을 받을 때 다른 소득이 있으면 삭감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올해 기준으로 다른 소득이 308만 9062원 넘으면 연금이 깎인다. 한 사람이 많은 걸 가져가지 말라는 취지에서 삭감한다. 적게는 5만원 미만, 최대 절반 깎인다. 이를 피하는 방법의 하나가 수령 연기라고 연금공단이 안내한다. 

평균수명까지 받으면 이득 

이씨가 연기를 택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다른 소득이 적어서 삭감되지 않았으면 5년간 1억3368만원을 연금으로 받았을 것이다. 소득이 높아서 절반 깎이면 6684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씨는 연기를 택했다. 이 덕분에 올 1월 연금이 80만 7350원(36% 증액) 늘었다. 만약 남성 평균수명(80.6세)까지 받는다고 가정하면 1억4129만원 늘어난다. 이래저래 따져봐도 연기한 게 이득이다. 소득이 제법 돼 연금이 삭감될 처지라면 말할 것 없다. 물론 연기를 선택하기 전 본인의 건강 상태를 따지는 게 중요하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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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최고액은 그리 팍팍 뛰지 않는 편이다. 2018년 200만원 고개를 넘긴 후 조금씩 올라 2022년 249만원이 됐다. 지난해 10월에는 289만여원 수급자가 최고액이었다. 앞으로 300만원 수급자가 쏟아질 것 같지는 않다. 이씨와 같은 조건을 갖춘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1988~98년은 국민연금 수급자 입장에서는 황금기였다. 과거 소득의 얼마를 연금으로 받을지를 결정하는 소득대체율이 70%로 연금 역사상 가장 높았다. 이 기간이 얼마나 들었는지가 중요하다. 

이씨는 온전히 거쳤다. 이 기간을 다 거쳐도 보험료가 높지 않았으면 300만원 넘기 쉽지 않다. 게다가 99년부터 소득대체율이 점점 떨어져 올해는 41.5%(2028년부터 40%)이다. 수령 시기를 연기해 액수를 증폭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