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1500원vs7000원' 둘 다 불티…카페 포화에도 남는 장사, 왜

4일 오후 2시 찾은 서울 경복궁 인근 한 카페는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한옥 풍 인테리어를 둘러보며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고급 원두를 사용한 드립 커피가 유명한 이 카페는 아메리카노 한잔에 5800원을 받는다. 우유를 넣는 카페라테는 6800원이다.  

같은 시간 맞은편에 있는 또 다른 카페. 문 앞에는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이곳은 아메리카노가 한잔에 3000원, 카페라테가 4000원이다.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고 있던 김모(34)씨는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카페에 앉아서 고급 커피를 마시는데 오늘처럼 일하면서 마실 커피가 필요할 때는 저렴한 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커피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바샤커피의 서울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사진 롯데백화점

커피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바샤커피의 서울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사진 롯데백화점

 
정체기에 접어든 한국 커피 시장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적당한 가격대의 적당한 맛을 내세운 커피 보다는 특별한 맛을 볼 수 있는 고급 커피나 싼값에 즐길 수 있는 저가 커피 시장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커피음료점 수는 2022년 10만729개를 기록한 후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커피음료점 수는 9만6404개로, 1년새 603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신 메가MGC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더벤티 같은 저가 커피 브랜드 매장이 부쩍 늘었다. 

이들 4개 브랜드 매장 수만 1만개에 이른다. 지난달 말 기준 메가MGC커피 매장 수는 3469개로, 대표적인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2009개)를 앞섰다. 컴포즈커피 매장 수도 2500개가 넘는다. 이들 매장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1500~2000원으로, 스타벅스(4700원)의 30~40% 수준이다.


취향대로 즐길 수 있는 고가의 스페셜티 시장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만 ‘북유럽 3대 커피’로 불리는 노르웨이 푸글렌, ‘커피계의 에르메스’로 통하는 모로코 바샤 커피, 미국패션 브랜드인 랄프로렌이 운영하는 랄프스 커피 등이 한국에 매장을 열었다. 이들 매장에선 아메리카노 한잔이 5000~7000원 선이다. 

세계 유명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가 앞다퉈 한국을 찾는 이유는 커피 소비량이 많아서다. 한국은 국민 1인당 커피 소비량이 405잔으로, 세계 평균(152잔)의 2.6배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고객 1명을 확보했을 때 팔 수 있는 커피양이 다른 국가보다 많아 소수의 고정 수요만 확보해도 남는 장사"라며 "외형적 규모는 포화가 맞지만, 커피를 기호 식품이 아닌 습관처럼 소비하고 있어 아직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커피에 함께 즐길 수 있는 먹거리를 강화하기도 한다. 캐나다 커피 브랜드인 팀 홀튼은 매장 안에 ‘팀스 키친’이라는 별도의 조리 공간이 있다. 도넛이나 샌드위치 등을 주문받으면 바로 조리해서 판매한다. 팀 홀튼의 매출에서 커피 비중은 60%로, 나머지 40%는 푸드가 차지한다. 스타벅스도 매출에서 커피 등 음료(70%) 외에 푸드 비중이 20%를 차지한다. 팀홀튼 한국 운영사인 BKR 이동형 대표는 “카페라는 공간에 머물기를 즐기는 한국 고객들에게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 업계는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메가MGC커피는 지난해 몽고 울란바토르에 매장을 열었다. 몽골 내에서도 한국 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컴포즈커피는 싱가포르에 2개 매장을 냈다. 빽다방도 필리핀과 싱가포르에 12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디야는 괌, 말레이시아에 진출했고 올해는 라오스에 매장을 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