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당초 열 예정이었던 ‘내란 허위정보 유포 청문회’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도마 위에 오른 '검열 논란'이 영향을 미친 거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지난해 11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2024.11.18.
복수의 과방위 관계자에 따르면 최민희 과방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지난 3일 내부 회의를 열고 이른바 ‘내란 허위정보 유포 청문회’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내부 회의에서 청문회를 굳이 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관련 내용을 다룰 시기가 좀 지났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앞서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12ㆍ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허위정보 유포 청문회 실시계획서를 채택할 방침이었다. 네이버ㆍ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의 허위정보 확산에 대한 대책을 점검하고 언론사의 허위 정보 검증 과정에서 있었던 부실을 따져보겠다는 취지였다. 박장범 KBS 사장 등도 증인으로 채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3일 내부 회의에선 청문회를 철회하자는 주장이 많았다고 한다. 한 민주당 과방위원은 “‘카톡 검열’ 논란 때문에 허위사실에 대한 대응을 너무 날 서게 하면 자칫 잘못된 프레임에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카톡 검열’ 논란이 최근 여론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전용기 의원은 카카오톡 등 SNS로 비상계엄 관련 허위ㆍ조작 정보를 유통하는 일반인에 대해서도 내란 선전ㆍ선동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여권은 “‘입틀막’을 넘어선 ‘폰틀막’”이라며 집중 공세를 퍼부었다. 설 연휴에도 각 지역구에 “이재명의 민주당이 당신의 카톡도 보겠답니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특히 2030 세대에선 "카톡 계엄령"이라는 말도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자유에 민감한 젊은 층에서 ‘카톡 검열’에 대한 반발이 컸고, 이게 야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한국갤럽의 1월 여론조사 통합 지표에 따르면 전월 대비 여당 지지율은 20대 10%포인트(15%→25%) 30대 12%포인트(17%→29%) 오른 반면 야당 지지율은 20대 4%포인트(36%→32%), 30대는 7%포인트(43%→36%) 하락했다.
과방위 민주당 의원들은 청문회 대신 2월부터 과방위에서 AI(인공지능) 등 미래 먹거리 관련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루겠다는 방침이다. 4일에도 ‘딥시크 쇼크 대응과 AI 발전 전략’을 주제로 당 소속 과방위원들이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한 과방위원은 “카톡 검열 같은 프레임에 발목 잡히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과학기술 어젠다에 초점을 맞춰서 집중적으로 일할 것”이라고 전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