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닫힌 지갑에, 통상임금까지…속타는 유통 공룡들

지난해12월 서울역 롯데마트에서 시민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뉴스1

지난해12월 서울역 롯데마트에서 시민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유통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줄줄이 꺾였다. 경기 침체가 길어진 데다, 계엄·탄핵으로 연말 특수까지 사라진 영향이다. 특히, 통상임금 추정 부담금이나 희망퇴직 등 비용이 대폭 늘어 4분기 실적이 고꾸라졌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새로운 전략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롯데쇼핑, 통상임금 여파 영업익 감소 

6일 롯데쇼핑은 지난해 매출 13조9866억원, 영업이익 473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3.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9% 줄었다. 영업이익이 뚝 떨어진 데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이 한 몫했다. 대법원이 통상임금의 산정 범위에 명절 상여금, 정기 상여금도 포함된다고 판결함에 따라, 관련 비용 증가분을 미리 추정해 4분기에 반영한 것이다.

회사 측은 “내수 부진 장기화, 국내 정세의 불확실성 심화 등의 요인이 소비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고 전 사업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점포 효율화 작업으로 매출이 소폭 줄었다”며 “통상임금 추정 부담금(532억원)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연간 영업이익은 5372억원으로 전년보다 5.7% 증가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의 실적을 떠받친 건 해외사업이었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있는 베트남의 경우 영업이익이 216.9% 증가했고 인도네시아에서도 실적이 개선되는 등 전체 해외사업 영업이익이 114.9% 늘었다. 하지만 백화점(-17.8%), 마트(-25.5%) 등 주력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쪼그라들었다. 내수 소비 침체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한 탓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모습. 사진 ㈜신세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모습. 사진 ㈜신세계

 


신세계·현대百도 마찬가지

전날 실적을 발표한 ㈜신세계 역시 경기 침체와 일회성 비용의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매출은 11조4974억원으로 전년보다 3.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975억원으로 25% 감소했다. 백화점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2.8% 상승한 7조243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통상임금 추정 부담금, 신세계디에프(면세점) 부산점 철수에 따른 희망퇴직 비용 등이 반영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오는 11일 실적 발표를 앞둔 현대백화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매출은 0.1% 증가한 약 4조2000억원으로 추산되지만 영업이익은 7% 감소한 2822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편의점에 밀리는 마트·백화점

실적 상승세를 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편의점에 밀리는 형국이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GS리테일의 연간 매출 성장률은 4.7%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지난해 오프라인 유통업계 연간 매출 증가율(2%)을 웃돌았다. 편의점들이 1인 가구 증가, 소량 판매 등 트렌드를 반영한 소비를 이끌 듯, 기존 오프라인 업체도 소비 진작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으로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트를 고민하고 있다”며 “최근 점포를 효율화하고 전략적인 리뉴얼을 시도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