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으로 공사가 멈추고 입주가 지연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3307가구 메이플 자이, 입주 넉 달 앞두고 공사비 갈등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지구 재건축 정비사업(메이플자이) 조합과 시공사인 GS건설이 오는 6월 입주(3307가구)를 앞두고 공사비 갈등을 빚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12월 4860억원 규모의 공사비를 추가로 조합에 요청했다. 조합원 1인당 1억500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GS건설은 이 가운데 금융 비용 등에 따른 추가 공사비 2571억원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조합 측은 이에 맞서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 신청을 했다. 부동산원은 접수일로부터 75일 이내에 공사비 검증 처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검증 결과는 법적 강제력이 없어 결과가 나오더라도 양측이 합의점을 찾을지 미지수다. 불과 넉 달 앞둔 입주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양측은 중재안을 찾기 위해 서울시에도 코디네이터(중재자) 파견을 요청했다.
GS건설은 2023년에도 최초 계약가 9352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었다. 당시 조합은 1980억원 인상에 합의했고, 나머지 인상 요구액은 부동산원 검증을 통해 2186억원이 적당하다고 결정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추가 공사비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가피하게 소송을 제기했다"며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을 받고 서울시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아 입주 전 조합과 공사비 협의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사비 분쟁이 있는 곳은 이곳만이 아니다. GS건설은 최근 경기도 광명시 ‘철산주공 8·9단지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철산자이 더 헤리티지)’ 조합에도 공사비 1032억원 추가 지급을 요청했다. 지난달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공사비가 588억원 인상됐다. 세 번째 인상으로 공사비가 최초 계약의 두 배 수준(총 1조3817억원)까지 올랐다.
지난해에는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재건축 현장이 입주 예정일을 한 달 앞두고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과 조합 간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가 일시 중단됐으나 강동구의 중재로 마무리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주거용 건설공사비지수는 129.08로 3년 전보다 약 27% 올랐다. 철근·레미콘 등 자잿값이 급등한 데다 인건비도 올랐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으로 건설사의 금융 비용도 급증했다. 이로 인해 정비사업장 분쟁도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에 접수된 공사비 검증 신청은 2020년 13건에서 2023년 32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엔 역대 최다인 36건에 달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11일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제출하는 입찰제안서에 공사비 변동 기준을 포함하는 내용의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일부 개정안을 행정 예고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시공자가 제출하는 입찰제안서에 ▶물가변동 등에 따른 공사비 변동 기준 ▶마감자재의 규격·성능 및 재질 ▶시공자 재무상태 및 시공 능력 ▶설계개요, 세대구성 등 사업 개요 등을 포함해야 한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