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분양' 지름길…'효도' 지고 '출산' 뜬다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단지 평균 152대 1, 주택형별 최고 305대 1. 지난달 4일 실시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6재건축구역에 짓는 래미안원페를라 1순위 청약 경쟁률이다. 이 아파트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 84㎡의 분양가가 24억원선이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신고된, 비교할 만한 같은 크기의 인근 새 아파트 최고 실거래가가 지난해 12월 29억7500만원이다.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나와 있는 매물 호가가 30억~33억원이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당첨만 되면 현재 기준으로 7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로또’”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올해 첫 3기 신도시 분양인 경기도 고양시 창릉지구 주택전시관이 문을 열었다. 국토부 차관 등 개관식 참석자들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국토부]

지난 7일 올해 첫 3기 신도시 분양인 경기도 고양시 창릉지구 주택전시관이 문을 열었다. 국토부 차관 등 개관식 참석자들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국토부]

강남 7억 로또 경쟁률 152대 1

 
올해도 로또 청약 열기가 달아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 등으로 기존 주택시장이 움츠러들었다. 분양시장도 공사비 상승 몸살을 앓는 가운데 시세보다 훨씬 싼 로또 분양시장으로 주택 수요가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과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전국 아파트 평균 가격과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이 각각 3.3%, 8.6% 올랐다. 

더욱 치열해지는 로또 청약경쟁
'4인 가족' '20년 저축' 안심 못해
신생아 가구 특별·우선공급 확대
민영주택 확대·분양가 인하 필요
 
수도권과 서울의 분양가 상승세는 더욱 거침없어 각각 15.4%, 25.9% 뛰었다. 기존 아파트값을 밑돌던 분양가가 시세를 웃돌기도 해 분양가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서구에 분양한 아파트 전용 84㎡ 분양가가 주변 최고 실거래가보다 2억원 넘게 높았다.  


 
주택시장에 남은 로또가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다. 상한제는 땅값과 건축비로만 가격을 산정하는 분양가 규제다.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와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 짓는 아파트가 해당한다. 아파트값이 비싼 인기 지역일수록 시세 대비 분양가 격차가 큰 로또다. 서울 4개 구 단지는 말할 것도 없고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 등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공급하는 공공분양이 대표적인 로또다.  

고양 창릉지구 S6블록 조감도. [사진 LH]

고양 창릉지구 S6블록 조감도. [사진 LH]

분양가가 싼 데다 청약 문턱까지 낮아져 청약경쟁률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지난해 부부 동시 청약이 허용되고 무주택 요건이 완화됐다.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주택 범위가 전용 60㎡ 이하, 공시가격 수도권 1억6000만원(지방 1억원) 이하 아파트에서 지난해 말 아파트 이외 전용 85㎡ 이하, 공시가격 수도권 5억원(지방 3억원) 이하 주택으로 확대됐다.      

'5인 가족 만점'이어야 안정권

 
치열한 청약경쟁을 뚫으려면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민간이 공급하는 민영주택은 높은 청약가점이, 공공분양은 많은 청약저축액이 '능력'이다. 민영주택의 당첨자 선정방식이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으로 매긴 청약가점(만점 84점) 순에 따른 청약가점제다. 공공분양은 청약저축 납입액을 기준으로 하는 순차제다.

 
가점제·순차제 커트라인이 치솟고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에선 청약가점이 4인 가족 만점으로 불리는 69점도 안심할 수 없고 5인 가족 만점에 해당하는 74점 이상이어야 한다. 지난해 10월 26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의 모집 주택형 16개 중 절반인 8개의 커트라인이 74점이었고 나머지가 69~73점이었다. 74점은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모두 각 15년 이상으로 만점(각 32점, 17점)을 받고 청약자를 뺀 부양가족수가 4명인 25점을 받아야 가능한 점수다. 

지난해 10월 서울 동작구 수방사 공공분양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기며 당첨자 청약저축액이 2770만원이었다. 매달 한도인 10만원씩 저축한다면 277개월(23년 1개월)간 납부한 금액이다.  

 
커트라인은 더 올라간다. 지난해 3월 말부터 배우자의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2년 이상이면 3점까지 합산할 수 있게 됐다. 배우자도 청약통장을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커트라인이 3점 높아지는 셈이다. 지금까지 저축액 2000만원대 커트라인이 앞으로는 5000만대가 된다. 월 청약저축 납입액 한도가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지난해 10월 바뀌었다. 청약저축액을 끌어올리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납입액을 상향할 수밖에 없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가점제·순차제를 우회해 당첨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고속도로로 ‘신생아’가 떠오르고 있다. 입주자모집공고일 기준으로 2세 이하 자녀(임신·입양 포함)를 둔 가구의 당첨 확률이 웬만한 가점이나 청약저축액보다 낫기 때문이다. 물량이 크게 늘고 당첨자 선정방식도 주로 추첨이어서 단순하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3월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에 신생아 우선공급(20%)을 도입했다. 공공분양에는 특별공급 유형 중 가장 많은 20%를 배정해 신생아 특별공급을 신설했다.  

 

공공분양 '신생아' 몫 20%→35%

 
정부는 신생아 물량을 더 늘리기 위해 관련 법령 개정에 나섰다. 민영주택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18%에서 23%로 높이면서 신생아 우선공급 비율도 20%에서 35%로 15%포인트 늘린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내 신생아 우선공급 물량이 전체의 3.6%(18%X20%)에서 8.05%(23%X35%)로 증가한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또 공공분양 일반공급(전체의 30%)의 50%를 신생아 가구에 우선공급하기로 했다. 특별공급을 합친 공공분양 신생아 몫이 20%에서 35%로 확 늘어난다.  

 
신생아 가구를 위한 물량이 늘어날 뿐 아니라 청약 규제도 풀린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청약하려면 결혼 이후 줄곧 무주택이어야 했으나 이제는 입주자모집공고일 기준으로 무주택이면 된다. 출산하면 특별공급 당첨 기회가 한 번에서 두 번으로 늘어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로또 당첨 지름길이 ‘효도’에서 ‘출산’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부모를 모시고 살아 부양가족 수를 늘려 청약가점을 높이는 것보다 아이를 낳아 신생아 가구 특별공급이나 우선공급을 노리는 게 낫다는 말이다.  

 
도심에 많은 민영주택도 특별공급 도입 방식으로 신생아 가구 몫을 늘릴 필요가 있다. 출퇴근 등의 이유로 젊은 부부는 외곽보다 도심 주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신생아 가구를 위한 물량 확대만이 아니라 분양가 인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저리의 대출 지원이 있다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마저도 많이 오른 분양가를 감당하기엔 벅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