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잠재부실 여신 1년새 8200억 늘어...건설업 부진 여파도

서울의 한 은행 기업대출 상담창구. 연합뉴스

서울의 한 은행 기업대출 상담창구. 연합뉴스

지난해 주요 시중은행에서 잠재 부실 여신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빚을 못 갚는 차주(대출자)가 늘면서 은행이 돈을 떼일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다. 건설업 부진 여파 등에 기업 대출도 부실 우려가 커졌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4대 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은행)의 요주의 여신은 총 7조1150억원으로 전년 말(6조9920억원)보다 8230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4대 은행 전체 여신 중 요주의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말 0.49%로 전년(0.47%)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요주의 여신은 통상 1~3개월 동안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잠재 부실 채권을 말한다. 연체 기간이 3개월을 넘기면 고정이하(NPLㆍ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여신으로 다시 분류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누적결손금이 늘어 신용등급이 C등급 이하로 하락한 경우에도 요주의 여신으로 빼내 관리한다”며 “경기 침체 지속 및 실물 경제 악화로 잠재 부실이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 요주의 여신 총액과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2023년 말 2조460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4740억원으로 20.9%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은 1조4190억원에서 1조4440억원으로 1.8%, 신한은행은 1조3310억원에서 1조5070억원으로 13.2%, 우리은행은 1조4960억원에서 1조6890억원으로 13% 각각 늘었다.  

부실 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 여신은 지난해 말 4대 은행 기준 3조9490억원으로 전년 말(3조3860억원)보다 5630억원 늘었다. 이에 4대 은행의 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0.25%에서 0.27%로 상승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은행의 요주의 여신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0.63%다. 낮은 수준이긴 하나 지난해 1분기(0.54%) 이후 꾸준히 상승세다. 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0.35%로 2022년 3분기(0.23%) 이후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

 
건설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가계보다는 중소기업, 특히 건설업종의 부실 채권 증가가 가장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업 고정이하 여신비율 중 건설업은 지난해 3분기 1.19%로 타업종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해 말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향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추진 상황 등에 따라 (건설업종 대출 부실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