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의 역설?…삼성생명·화재, 삼성전자 주식 2800억 판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일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으로 이들 회사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오르면서 금융사의 비금융사 지분을 제한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위반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 뉴스1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 뉴스1

 
11일 삼성생명은 이사회를 열고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425만2305주(0.071%)를 2364억2814만8000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12일 장 개시 전에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한다. 처분 금액은 일단 10일 종가 기준으로 산정했지만, 12일 매각 후 구체적 금액은 공시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8.44%(5억390만4843주)로 줄어든다. 삼성화재도 삼성생명과 같은 방식으로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74만3104주를 413억1658만2400원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양사가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기로 결정한 건 금산법 위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현행 금산법에 따르면 금융 계열사는 비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10%를 넘기려면 예외적으로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삼성생명(8.51%)과 삼성화재(1.49%)는 이미 삼성전자 지분을 총 10%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주가 부양을 위해 지난해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지분율 변동 가능성이 생겼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발행 주식 수가 줄면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따라 올라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17일까지 3조원, 11월까지는 7조원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 예정이다. 지분율이 올라가면 금산법을 위반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주식 매도에 나섰다.

이번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 매각 결정이 ‘밸류업(기업 가치 개선) 정책’의 역설이라는 지적도 있다. 주가 부양을 위해서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지만, 금산법 규정에 막혀 지분이 시장에 대량으로 풀리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주식이 대량으로 매각되면 통상 주가에 부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