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부모가 관리하는 인스타그램 '청소년 계정' 효과 있을까

인스타그램의 ‘청소년 계정’(10대 계정·teen account)은 청소년을 정말 보호할 수 있을까.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는 11일 “청소년 계정의 핵심은 청소년들을 자동으로 보호하면서, 부모가 이를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역삼동에서 개최한 미디어 브리핑에 화상연결로 참여한 모세리는 “우리는 안전 보호 기능을 보다 일관성 있게 적용하고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만드는 방안을 찾았고, 그 결과물이 이번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도입하게 된 청소년 계정”이라고 설명했다.

11일 오전 11시 인스타그램 한국 오피스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가 화상 연결을 통해 청소년 계정의 취지와 기능 전반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메타코리아

11일 오전 11시 인스타그램 한국 오피스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가 화상 연결을 통해 청소년 계정의 취지와 기능 전반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메타코리아

무슨 기능이야

청소년 계정 기능은 만 14세 이상 18세 이하(한국 기준) 청소년들에게 인스타그램이 기본적으로 적용하는 기능이다. 미국에서 지난해 9월부터 적용하기 시작했고, 국내에선 지난달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청소년 계정으로 분류되면 자동으로 비공개로 전환된다. 팔로워(계정 주인이 팔로우를 수락한 사람)가 아닌 사람은 해당 청소년 계정 콘텐트를 볼 수 없다. DM(개인 메시지)도 주고 받을 수 없고 태그와 멘션도 팔로워들만 가능하다. 또, 싸우는 장면이나 미용 시술 홍보 등 민감한 내용이 담긴 콘텐트는 추천되지 않는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는 알림이 꺼지는 등 수면 모드도 적용된다.

만 17~18세는 이 기능을 스스로 끌 수 있지만, 만 14~16세 청소년들은 설정을 바꾸기 위해선 관리·감독하는 보호자 계정의 승인이 필요하다. 보호자 계정은 청소년의 앱 사용 시간을 관리하고, 청소년이 팔로우하거나 그를 팔로우하는 계정, 메시지를 주고받는 계정을 볼 수 있다. 다만 메시지 내용은 볼 수 없다. 모세리는 “제어 기능을 통해 자녀에게 가장 적절한 이용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부모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인스타그램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이걸 알아야 해

보호장치가 없다시피 한 여타 SNS와 비교하면, 진일보한 조치다. 하지만 허점도 많다. 인스타그램은 회원가입 단계에서 처음 생년월일을 입력할 때는 별도 인증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처음부터 나이를 가짜로 입력해 우회할 경우 이를 구별해낼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모세리는 “거짓말을 막기 위한 수많은 방법이 있다”며 “규제에 따라 다르지만, 의심되는 사람이 있으면 신분증을 업로드하도록 요청하거나 얼굴을 인증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슬기 메타코리아 대외정책팀 이사는 “성인이라고 입력했음에도 그 계정이 14~15살 청소년 계정들과 주로 소통하는 등 실제 나이가 의심되는 사례가 있으면 어덜트 클래시파이어(adult classifier) 기능을 통해 파악하고 추가적인 인증을 요구하는 등 기술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세리는 보다 안전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선 개별 앱뿐만 아니라 운영체제(OS)나 디바이스 운영사와의 협조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스타그램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앱 차원에서 나이를 인증하는 건 어렵다. 애플이나 구글 등 OS나 디바이스 단계에서 나이를 인증하도록 하는 등 청소년을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모 계정이 청소년 계정에 온 메시지 내용은 볼 수 없게 막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모세리는 “부모 경험도 고려해야 하지만 청소년의 경험도 고려해야 한다. 제한이 너무 많으면 10대들이 보호 조치를 우회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부모에게 권한을 주는 것과 청소년들이 우회하지 않도록 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다정 인스타그램 홍보 총괄은 “부모가 메시지 내용을 보는 등 과도하게 개입하면 10대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갈 수 있다”며 “대신 부모는 자녀가 팔로우하는 사람만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설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