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 도전 정몽규 “비방·일정 지연 그만, 정책선거 재개하라”

11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뉴스1

11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뉴스1

4연임에 도전 중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난항을 거듭 중인 협회장 선거와 관련해 “근거 없는 비방과 선거 지연 행위를 중단하고 정책 위주의 경선에 집중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몽규 후보는 11일 서울 신문로 포니정재단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면서 발전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면서 “산적한 축구계 현안을 무시한 채 협회 불신을 유발하고 우려만 키우는 네거티브 선거가 이어진다면 축구인들도 외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의 이와 같은 발언은 대항마로 나선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과 신문선 명지대 교수가 선거 절차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한 목소리로 자신을 비난 중인 것에 대한 대응조치다. 축구협회장 선거는 당초 지난달 8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허정무 후보가 법원에 낸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선거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를 재구성하는 진통을 겪은 끝에 오는 26일에 열린다.  

운영위가 다시 진행하는 선거에 대해 ‘재선거’가 아닌 ‘기존 선거 일정의 재개’로 규정했지만, 허 후보와 신 후보는 “차제에 선거인간 구성에 대해 확대하는 방향으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자회견을 열고 4연임에 도전 중인 축구협회장 선거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정몽규 후보. 연합뉴스

기자회견을 열고 4연임에 도전 중인 축구협회장 선거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정몽규 후보. 연합뉴스

축구협회 정관에 따르면 협회장 선거인단은 최소 100명에서 최대 300명까지로 구성할 수 있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이와 근거해 운영위는 선거인단을 194명으로 공지한 상태다. 이에 대해 허 후보와 신 후보는 “축구협회 이사회를 열어서라도 선거인단을 300명으로 확대해 축구계 바닥 민심을 폭넓게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 중이다.


정 후보는 “선거가 50일 가까이 지연돼 축구협회의 중요 결정들이 줄줄이 미뤄지며 안팎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면서 “이제라도 경선에 집중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선이 된다면 두 후보의 주장대로 선거인단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용의가 있다”면서 “과거 24명이던 선거인단의 수를 현재 규모로 늘린 것 또한 내 재임기간 중 이뤄진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정 후보는 “선거인단 규모를 키우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떻게 구성하느냐의 여부 또한 핵심적인 논의 사항”이라면서 “무조건 선거인단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1000명이나 2000명으로 확대해도 20만 명에 이르는 축구협회 등록 인원을 대표하기엔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몽규 대항마를 자처하며 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신문선 후보. 연합뉴스

정몽규 대항마를 자처하며 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신문선 후보. 연합뉴스

한편 정 후보는 ‘상대 후보의 비방 중 가장 억울한 내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가 축구협회에 한 푼도 안 냈다는 주장이 제일 황당했다”고 털어놓았다. “내가 (재임기간인) 지난 12년 동안 3000만원 밖에 안 냈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간 축구인들과 만나 지출한 밥값만 해도 그 수십 배에 달할 것”이라 언급한 그는 “감독 선임 비용, 월드컵 포상금 등 이제껏 지출한 내역들이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많이 알려졌는데, (문제제기가) 좀 억울하다”고 답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축구협회의 갈등이 장기화 된 상황에 대해서는 ‘오해가 쌓여 발생한 상황’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정 후보는 “어느 체육단체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해왔다고 자부하는데, 중앙정부 눈높이에는 미흡한 면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문체부가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한 것에 대해) 축구협회가 집행정지 가처분 행정소송을 낸 건 충분히 고민해 내린 결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한편 법원은 이날 축구협회가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행정소송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해당 처분으로 인해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예방을 위해 긴급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 된다”며 축구협회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적어도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축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정 후보에게 중징계를 내릴 행정적 근거가 사라졌다. 이에 따라 정 후보가 오는 26일 선거 당일까지 후보자 자격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 된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서는 존중한다. 선거일 이전에 본안 소송이 각하될 수 있지만, 현재로선 가능성 수준”이라면서 “(축구협회에 고위 관계자 징계를 권고한) 우리의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단에 변함이 없다. 시점에 연연하지 않고 끝까지 처분을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협회장 선거는 이날 진행된 선거인명부 추첨을 시작으로 관련 절차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12일부터 사흘 간 각 후보자 측의 명부 열람 및 이의신청이 이어지며, 오는 15일 선거운영위원회가 명단을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