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명태균 특검’으로 대여 공세 재시동…與 “개 버릇 남 못 준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박찬대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야권이 명태균 특검법과 마약수사 외압 의혹 상설특검으로 여권을 겨냥한 특검 공세를 재개했다. 11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6당 명의로 ‘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12·3 내란의 전모를 밝히고, 죄를 지었으면 처벌받는다는 당연한 원칙을 확립하기 위해 명태균 특검법은 불가피하다”며 “2월 안에 특검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처음 폭로된 ‘명태균 게이트’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선거 과정에서 관계를 맺으며 공천 및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논란이다.  

야권은 특검 수사 대상으로 2022년 지방선거 및 재보궐 선거, 20대 대선과 22대 총선에서 명태균씨가 불법 여론조사 및 선거개입을 했다는 의혹 등 7개를 적시했다. 2022년 대우조선 파업, 창원 국가산업단지 선정 과정에서 명씨와 김건희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 명씨가 대통령 일정 등 국가 기밀을 누설하면서 부당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도 담겼다.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도 수사할 수 있다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됐다. 수사 중 김건희 여사 등의 다른 의혹 등에 대한 단서가 나온다면 수사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검 추천은 대법원장이 2명을 추천하면 이 중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는 이른바 ‘제3자 추천’ 방식을 택했다. 19일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열어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한 현안질의도 추진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7차 변론에 피청구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7차 변론에 피청구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명태균 특검법’이 입법이 사실상 좌절된 김건희 특검과 입법 동력이 약해진 내란 특검의 대체제로 삼을 태세다. 지난달 3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2차 내란 특검법은 재표결을 앞두고 있다. 1차 내란 특검법이 국회 재표결에서 198명 찬성(정족수 200명)을 받아 부결된 1월 당시에는 여권에서 6개 이탈표가 나왔지만, 이후 윤 대통령 구속 후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는 마당에 추가 이탈표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원내 핵심관계자는 “내란 특검 통과는 쉽지 않다”며 “명태균 특검법을 우선 추진하고, 내란 특검법안 재의결 시점은 3월 중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엔 명태균 특검이 조기 대선 국면 내내 여권 후보를 견제하는 데 유용할 거라고 기대하는 이들이 적잖다. 한 수도권 의원은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된 오세훈, 이준석, 홍준표를 다 날릴 수 있는 카드”라며 “특검 수사가 본격화하는 시점과 조기 대선 일정이 맞물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저렇게 됐는데 김건희 특검을 고집하면 ‘가족을 도륙 내냐’는 동정론이 일어날 수 있다”며 “명태균을 걸고 윤 대통령 부부와 여권 전체의 민낯을 드러내면 역풍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명 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내고 “명태균 특검은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바”라며 “정치자금법 위반, 불법 조작 여론조사, 검사의 황금 폰 증거인멸 교사, 오세훈·홍준표 시장이 고소한 사건까지 명태균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특검 내용에 꼭 포함해 달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기존에 추진했던 ‘김건희 특검’에 명태균 사건과 함께 수사 대상으로 적시됐던 ‘마약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상설특검 요구안도 이날 함께 제출했다. 마약수사 외압 사건은 2023년 말레이시아인 마약 조직원들이 국내로 필로폰을 밀반입할 당시 세관 직원이 이를 도왔다는 혐의를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수사하는 과정에 대통령실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기존 김건희 특검과 관련해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회의 브리핑에서 “김건희 건도 상설특검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국민의힘은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 “민주당의 특검 중독증이 불치병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당을 상대로 수사하는 내용이 들어갈 것이고,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재명 지지율이 낮으니, 그 친구들 머릿속에 그런 것밖에 없는 것”이라며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했다. 서지영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명태균 특검법은 보수 궤멸 특검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