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수출 52%가 미국…"관세 20% 땐 영업익 -1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수입 자동차와 관련해 “숫자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히면서 ‘자동차 관세’도 임박한 모양새다. 자동차는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 중 27.2%를 차지한 수출 효자 1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자동차를 만들지만, 일부 국가는 우리 차를 자기들 나라에서 못 팔게 한다”고 말했다. 관세를 통해 미국의 무역 불균형을 깨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11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량은 143만2713대로 전체 수출량(278만2612대)의 51.5%에 달했다. 이를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라 금액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 707억8900만 달러 중 49.1%(347억4400만 달러, 약 50조4800억원)를 미국 수출에서 올렸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한국은 2020년만 해도 연간 82만5071대를 미국으로 수출했는데 4년 만에 수출량이 73.6% 증가했다. 반면에 같은 기간 미국의 대(對)한국 자동차 수출량은 2020년 6만7561대에서 지난해 4만4296대로 줄었다.

현재 양국은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승용차(전기차 포함)에 대해선 2016년부터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산 화물차(픽업트럭)에는 25% 관세를 물린다.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해 픽업트럭 관세를 2040년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자동차 관세가 부활하면 원가 상승으로 한국 완성차 업체의 영업이익은 급감할 수 있다. 신용평가사 S&P 글로벌은 지난해 11월 “관세 20% 부과 시 현대차·기아는 최대 19%의 영업이익 감소 리스크가 있다”고 전망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현재 정부와 업계에서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자동차 수출 쿼터제(할당제)를 도입해 해당 물량에 대해서는 무관세를 적용받자는 주장이다. 예컨대 지난해 대미 수출량 143만2713대 중 70%를 할당받으면 연간 100만 대가량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이항구 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자동차 쿼터제는 관세로 수출이 반 토막 나는 사태를 막고, 국내 일자리 충격도 완화할 고육지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스스로 발을 묶는 쿼터제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적잖다.

두 번째는 자동차 차종별 관세를 차등화해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방안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승용차·전기차에 대해서는 저율 관세로 합의하고, 픽업트럭은 현행보다 관세율을 높이거나 종료 시점을 2040년 이후로 미루는 식으로 협상하자는 것이다.

국내 완성차 기업도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능력을 조기에 끌어올려 지난해 57만 대 수준인 현지 생산량을 수년 내 120만 대까지 늘릴 방침이다. 또 미국 기업들과의 협력도 적극 활용한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후보에 선출된 지 두 달  만인 지난해 9월 GM과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최근 현대차가 미국에서 전기 상용차에 GM 브랜드를 달고 팔겠다고 밝히면서, 양사 협력이 승용차로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