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더러운 거래'?…나토, 종전협상 유럽 패싱에 당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원인으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시도를 지목하면서 "러시아가 종전 협상에서 이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종전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나토는 유럽을 '패싱'하고 미·러 주도로 협상이 진행될 수 있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취임하기 훨씬 전부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종전 협상을) 그런 관점에서 시작하고 있다. 모든 이가 지금은 이를 안다"고 했다. 그는 또 "더 나은 조건을 협상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 있다면 나도 좋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과 도널드 트럼프를 묘사한 전통 러시아 목제 인형 마트료시카가 2025년 2월 13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기념품 가게에 판매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과 도널드 트럼프를 묘사한 전통 러시아 목제 인형 마트료시카가 2025년 2월 13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기념품 가게에 판매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유럽에선 트럼프가 이처럼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할 것이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가 사전 소통 없이 사실상 종전 가이드라인을 일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전날 트럼프가 유럽 동맹국들에 사전 통보 없이 "러시아와 종전 협상 개시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우려를 더하는 요소다. 미국 측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도 사후 통보했다. CNN은 "유럽과 우크라이나는 트럼프와 푸틴 사이의 '더러운 거래(dirty deal)'를 우려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에서 '협상 시작 전부터 러시아에 양보했다'는 유럽 내 비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협상이 이뤄질 것이며, 푸틴과 젤렌스키 대통령 양쪽 모두와 대화하는 동안 모든 것이 협상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을 허용하고, 불허할지는 자유주의 세계의 지도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 "중·러와도 핵무기 감축 대화 희망" 

이날 트럼프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가 주요 8개국(G8) 회의에서 퇴출당한 것과 관련, "러시아를 제외한 것이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만약 러시아가 G8에 있었다면 우크라이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중국·러시아와 핵·군비 감축을 위한 대화 재개 희망 의사도 다시 밝혔다. 트럼프는 "상황이 정리되면 내가 처음 하고 싶은 회담은 중국·러시아와 핵무기를 감축하고 무기에 돈을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대한 회의"라면서 "군사비를 반으로 줄이자고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화상 연설에서도 중·러와 핵무기 감축 대화 재개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발트 발트·북유럽 8개국 정상은 트럼프가 발표한 종전 협상과 관련, 우크라이나의 안전이 강력히 보장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14일 낸 공동 성명에서 "전쟁 결과는 유럽과 대서양 안보에 중대하며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맞서 승리해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 달성을 위해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반드시 모든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더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공동 성명엔 나토 회원국인 스웨덴·핀란드·덴마크·노르웨이·아이슬란드·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 정상이 참여했다.  

이날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미국 측에 광물 협정 초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협정은 미 정부가 대우크라이나 안보 지원의 대가로 희토류 등 우크라이나의 광물을 요구하면서 추진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1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1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헤그세스 장관은 나토 회의에서 미 군사전략의 무게 중심을 유럽에서 인도·태평양으로 옮긴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계속 여러분(유럽)과 함께할 것이지만, 영구적인 (평화) 보증인일 것이란 기대를 가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이) 유럽 안보의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로 증액하는 게 시급한 문제라고 재차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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