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열린 잠실 엘·리·트, 매물 줄고 호가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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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 기자 사진 이현 기자
“매물이 많진 않았는데 그마저도 20~30%는 다시 거둬들였어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상가에 있는 A공인중개사무소. 잠실 3대장으로 불리는 잠실엘스ㆍ리센츠ㆍ트리지움(엘ㆍ리ㆍ트) 단지가 몰려있는 곳이다. 매수 문의가 늘었지만 잠실 아파트를 갖고 있는 집주인 연락이 더 많았다. “가격 상승을 예상해 매도 의사를 철회하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A사무소 사장은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벗어난 잠실동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발표 하루 만에 호가가 1억원 넘게 오르고, 매물이 잠겼다. 지난 12일 서울시는 잠실ㆍ삼성ㆍ대치ㆍ청담 등 4개 동에 위치한 아파트 291곳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풀리면 실거주 의무가 사라져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가능하다.

시장의 반응이 가장 뜨거운 곳은 잠실이다. 발표 이튿날인 13일 잠실엘스ㆍ리센츠ㆍ트리지움 단지의 매매 호가가 1~2억원씩 올랐다. 잠실 엘스의 경우 전용 59㎡가 지난달 22억3000만원에 거래됐고 원래 호가는 23억원에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24억5000만원으로 1억5000만원 호가가 급등했다. 전용 84㎡는 지난달 28억1000만원에 최고가를 경신했고, 현재 호가는 최고 29억5000만원까지 더 상승했다.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실에 잠실엘스 매물 안내가 붙어있다. 이현 기자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실에 잠실엘스 매물 안내가 붙어있다. 이현 기자

잠실동에서 사무소를 운영하는 김종억 공인중개사는 14일 “호가가 오르긴 했지만 이른바 ‘공시 안 된 공시’라고 부르는, 선반영이 그동안 많이 된 가격이었다”며 “갭투자를 해도 현재 호가로는 30평대 기준 15~16억원의 자금이 필요한데, 이 정도 자금이면 고려해볼 수 있는 강남권 다른 단지가 적지 않다”고 했다. 다만 “실거래까지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2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이 일주일 전보다 0.02% 상승하는 동안 송파구 아파트값은 0.14% 올랐다. 송파구는 서울에서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지난달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예고한 뒤 기대감이 매매가에 선반영 된 여파로 분석된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잠ㆍ삼ㆍ대ㆍ청 중 잠실이 규제 완화 기대감이 제일 조기에 발현된 지역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치동도 래미안대치팰리스를 비롯해 선호단지가 규제 해제됐지만, 재건축 예정지로 미포함된 단지가 있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가격이 잠실보다 높은 편이라 상대적으로 잠실 쪽 반응이 먼저 더 뜨거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관심은 앞으로 어느 곳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추가로 벗어날 것인가로 옮겨갔다. 지난 12일 서울시 측은 “압구정ㆍ여의도ㆍ목동ㆍ성수동 정비사업구역과 공공재개발 34곳, 투기과열지구 내 신속통합기획 사업지 14곳도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투기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되면 해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속통합기획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지 123곳 중 조합 설립 인가를 끝낸 중구 신당동, 양천구 신정동, 강북구 미아동 등 6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