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두 달 연속 경기가 가라앉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 전쟁이 정부의 경기 전망을 더 어둡게 하는 데 한몫했다.
기획재정부는 14일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소비ㆍ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고용 애로가 지속되고 있다”며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등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린북은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의 공식 진단서다. 표지 색깔이 녹색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어려운 경기에도 지난해 ‘완만한 회복세’를 유지한다고 했던 정부는 올해 들어 두 달 연속 ‘경기 하방 압력’을 언급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정부는 경기 하방 압력의 주요인으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를 지목했는데, 이달 ‘내수 회복 지연’을 새로 추가했다. 올해 경기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이전보다 한층 더 어두워졌다는 의미다.
이날 기재부가 공개한 민간소비 관련 속보 지표를 보면 지난달 카드 국내 승인액은 전년 동월 대비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2월(5.4%)보다 둔화한 수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 91.2로, 기준치 100을 한참 밑돌며 소비자의 부정적 경기 평가를 보여줬다.
여타 기관이 일찌감치 내수 부진 상황을 경고했던 것과 달리, 기재부는 지난해 5월호 그린북에서부터 ‘내수 회복 조짐’이 있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건설업 불황과 소매판매 감소가 계속되자 11월엔 ‘내수’라는 말은 빼고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12월에야 ‘회복’이라는 표현을 뺐다.
조성중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지난 연말 경제 심리 악화를 초래한 국내 정치 상황과 미국 신(新)정부의 관세 조치가 구체화한 것이 정부의 경제 동향 종합 평가가 바뀌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벌이고 있는 관세 전쟁에 대한 긴장감도 드러냈다. 기재부는 대외 경제 상황과 관련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국의 관세 부과 현실화 등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국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재부는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우리 기업 피해 지원, 첨단전략산업기금 설치 등 통상 환경 불확실성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올 1분기 민생ㆍ경제 대응 플랜(계획)을 통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일자리ㆍ서민금융ㆍ소상공인 등 분야별 민생ㆍ경제 개선 조치를 신속히 마련ㆍ추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