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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왕이 중국공산당 정치국위원 겸 중국 외교부장이 61회 뮌헨안보회의에서 세계 변혁 중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EPA
이날 왕 부장은 미·중 관계 전망을 묻는 사회자 질문에 “상대방이 강하게 나오면 강하게 나오도록 내버려 두어라. 맑은 바람은 저절로 산마루에 스쳐 지나가리니. 상대가 횡포를 부리거든 횡포를 부리도록 내버려 두어라. 밝은 달 저 혼자 강물에 비치리니(他强由他强/淸風拂山岡/他橫由他橫/明月照大江)”라는 뜻의 한자 20자를 읊조렸다. 이어 “번역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딥시크를 찾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왕 부장의 발언은 15일 중국중앙방송(CC-TV)이 인터넷에 딥시크 번역과 함께 소개하면서 SNS 화제로 떠올랐다. 곧 중국 외교부도 홈페이지를 통해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불 건, 태연자약하게 높은 산처럼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왕 부장의 발언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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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무협 소설의 대가 진융(金庸·김용). 사진 바이두 캡처
이어 장무기는 “상대방이 모질게 나오거든 모질게 굴도록 내버려 두어라. 내게 한 모금의 진기(眞氣, 참된 기운)만 있으면 족할지니라”는 구양진경의 다음 구절을 떠올린다. 마치 왕 부장이 딥시크를 구양진경의 ‘참된 기운’에 비유한 것처럼 비쳐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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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오픈형 AI 딥시크. 로이터=연합뉴스
루비오 장관과 첫 대면회담 주목
앞서 왕 부장은 지난달 24일 이뤄진 루비오 장관과 첫 전화통화에서도 고전을 인용해 공격했다. 통화에서 왕 부장이 중국 고전 『회남자(淮南子)』를 인용해 “스스로 알아서 잘하라(好自爲之·호자위지)”라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발표했다. 하지만 루비오 장관은 지난달 30일 메긴 켈리 쇼에 출연해 “그들은 영어로 하나를 말하고 중국어로는 다른 용어를 사용해 다르게 번역해 경고 한 것처럼 만드는 게임을 좋아한다”며 경고성 발언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왕 부장은 과거 뮌헨안보회의에서 고전을 인용해 한국을 비판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한국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 배치를 논의하자 왕 부장은 뮌헨에서 로이터와 인터뷰를 갖고 “항장이 칼춤을 추는 진짜 이유는 유방을 죽이려는 것(項莊舞劒 意在沛公·항장무검 의재패공)”이라며 사드를 중국을 겨냥한 칼춤에 비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