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에 모의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은평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민간인 신분인 노 전 사령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정보사령관을 지낸 인물로 육군사관학교 선배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도와 포고령을 작성하는 등 계엄을 사전에 기획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1
‘홍장원 메모’와 ‘노상원 수첩’의 증거 채택에 관심이 쏠린 건 12·3 계엄이 국헌 문란 목적에 의한 폭동인지 여부와 직결된 정치인·법관 등 체포 지시·모의를 담고 있어서다. 홍장원 메모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계엄 당일 오후 10시 53분쯤 윤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방첩사를 지원해”란 지시를 받은 데 이어 11시 6분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통화로 “축차 검거 후 방첩사 구금시설에서 감금 조사하겠다”며 위치추적을 요청하며 불러준 14~16명 명단을 받아 적은 내용이 담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이 적혔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엔 앞서 체포 명단에 오른 여야 정치인 외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 이준석 의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한 유창훈 판사 등의 이름이 적혔다. ‘수거·수집 대상’을 A~D급으로 분류해 ‘A급 수거 대상 처리 방안’을 두곤 ‘연평도 이송’ 등의 언급도 했다고 한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홍장원 메모’ 역시 4종 논란이 제기된 상태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은 13일 헌재 8차 변론에서 “옮겨 적은 보좌관으로부터 메모의 종류가 네 가지이며 공개된 건 그중 4번째 메모”라며 “홍 전 차장이 설명한 내용의 뼈대가 사실과 다른 것”이라고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홍 전 차장은 “최초 직접 흘려 받아적은 걸 알아보기 어려워 보좌관에게 정서해 달라고 했고, 그중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을 추가 확인하기 위해 보좌관에게 다시 적어보라고 한 것”이라며 “내용이 서로 다른 4종이 있는 게 아니다”고 반박한 상태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12?3 비상계엄 당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듣고 작성했다는 메모. 홍 전 차장은 위의 ‘체포 대상자’는 보좌관이 다시 썼고, 아래 흘려 쓴 글씨는 본인이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