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필·진위 의심받는 홍장원 메모-노상원 수첩…증거 채택될까

12·3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에 모의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은평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민간인 신분인 노 전 사령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정보사령관을 지낸 인물로 육군사관학교 선배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도와 포고령을 작성하는 등 계엄을 사전에 기획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1

12·3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에 모의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은평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민간인 신분인 노 전 사령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정보사령관을 지낸 인물로 육군사관학교 선배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도와 포고령을 작성하는 등 계엄을 사전에 기획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이 20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논란이 된 이른바 ‘홍장원 메모’와 ‘노상원 수첩’이 재판 증거로 채택될지 주목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20일 윤 대통령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증인·증거 채택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신청한 구속취소 신청에 대한 심문도 한다.

‘홍장원 메모’와 ‘노상원 수첩’의 증거 채택에 관심이 쏠린 건 12·3 계엄이 국헌 문란 목적에 의한 폭동인지 여부와 직결된 정치인·법관 등 체포 지시·모의를 담고 있어서다. 홍장원 메모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계엄 당일 오후 10시 53분쯤 윤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방첩사를 지원해”란 지시를 받은 데 이어 11시 6분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통화로 “축차 검거 후 방첩사 구금시설에서 감금 조사하겠다”며 위치추적을 요청하며 불러준 14~16명 명단을 받아 적은 내용이 담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이 적혔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엔 앞서 체포 명단에 오른 여야 정치인 외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 이준석 의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한 유창훈 판사 등의 이름이 적혔다. ‘수거·수집 대상’을 A~D급으로 분류해 ‘A급 수거 대상 처리 방안’을 두곤 ‘연평도 이송’ 등의 언급도 했다고 한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문제는 두 기록 모두 자필 여부 등 진위 논란에 휩싸인 점이다. 검찰은 국가과학수사연구원 필적 감정 결과 자필 여부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 등 ‘노상원 수첩’의 실제 작성자와 작성 시점, 내란 혐의와의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또 수첩 내용이 개인의 공상을 적은 건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한 구체적인 계획인지 등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이 수첩과 관련해 진술을 전부 거부하고 있어서다.

‘홍장원 메모’ 역시 4종 논란이 제기된 상태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은 13일 헌재 8차 변론에서 “옮겨 적은 보좌관으로부터 메모의 종류가 네 가지이며 공개된 건 그중 4번째 메모”라며 “홍 전 차장이 설명한 내용의 뼈대가 사실과 다른 것”이라고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홍 전 차장은 “최초 직접 흘려 받아적은 걸 알아보기 어려워 보좌관에게 정서해 달라고 했고, 그중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을 추가 확인하기 위해 보좌관에게 다시 적어보라고 한 것”이라며 “내용이 서로 다른 4종이 있는 게 아니다”고 반박한 상태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12?3 비상계엄 당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듣고 작성했다는 메모. 홍 전 차장은 위의 ‘체포 대상자’는 보좌관이 다시 썼고, 아래 흘려 쓴 글씨는 본인이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12?3 비상계엄 당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듣고 작성했다는 메모. 홍 전 차장은 위의 ‘체포 대상자’는 보좌관이 다시 썼고, 아래 흘려 쓴 글씨는 본인이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이렇다 보니 메모와 수첩이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될지는 법조계에서도 전망이 엇갈렸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당사자가 쓴 자필 메모로 확인된다면 적어도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자필 메모는 파급력이 크지만 증거 능력으로 인정되는지는 미지수다. 뒷받침할 증언과 추가 증거가 확보되는지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