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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로고가 표시된 스마트폰이 컴퓨터 메인보드에 놓여 있다. 연합뉴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공장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Made in USA’를 강조하며 자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압박하면서다. 미국과 대만의 실리콘 동맹이 굳건해질 경우 파운드리 업계에서 ‘추격자’ 위치에 있는 삼성전자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최근 TSMC와의 만남에서 인텔 공장 운영권 인수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고 TSMC가 수용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아직 논의 초기 단계지만 트럼프 행정부로선 현재 고전하고 있는 인텔을 TSMC를 활용해 심폐 소생하고 3나노 이하의 첨단 공정 기술까지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분석한다.
파운드리 재진출로 적자 허덕인 인텔, 기사회생할까

지난 14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연합뉴스
반면 TSMC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죽어가는 인텔을 살리기 위해선 돈과 인력을 써야 하는데 파운드리 산업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TSMC가 이를 자진해 떠맡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내부에선 벌써 주주들의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대만 언론들은 TSMC 주주 가운데 70% 이상인 외국인 주주들이 인텔과의 협력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그간 트럼프 정부가 관세 인상 및 보조금 재협상 카드를 만지작거린 건 이번 제안을 위한 포석일 수 있다”며 “TSMC로선 사업성이 떨어지는 제안이지만 미국 압박을 이기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투자나 협력 방식이 아닌 공장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면 장기적으로 TSMC에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TSMC가 인텔을 인수하면 주도권을 가지고 오는 것이기 때문에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미국+대만 동맹 강화될수록 삼성엔 '악재'
트럼프 행정부의 다음 타깃은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가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지금까지 얘기가 나온 건 파운드리 분야지만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야심이 메모리 반도체 부문까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양팽 연구원은 “미국은 자국 내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 마이크론밖에 없다. 삼성에 미국 내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지으라고 요구하는 건 예견된 수순”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또 다른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메모리 생산공장 건설을 추가로 요구할 경우 재정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메모리 칩의 가격 경쟁력도 문제다. 김 연구원은 “계획된 것 이상으로 공장이 세워지면 공급 과잉이 돼 메모리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