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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1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와 함께 기업부설연구소나 연구개발전담부서를 두고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주52시간 제도 영향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471개사)의 75.8%가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R&D 성과가 줄었다’고 밝혔다. 성과가 늘었다는 응답은 24.2%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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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특히 응답 기업의 53.5%는 주52시간제 시행으로 R&D 소요 기간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얼마나 늘었는지에 대해선 69.8%가 ‘10% 이상’이라고 답했다. 식품제조 중소기업 A사는 해외 바이어의 요청에 따라 신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지만, 주52시간제로 개발실험이 중간중간 끊기면서 생산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A사는 “결국 납품 기일 연장을 요청할 수밖에 없어 바이어와의 신뢰가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기업들은 R&D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적합한 근로시간제로 ‘노사가 합의를 통해 자율적 근로시간 관리’(69.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최소한 혁신 분야에서는 근로시간 선택의 자율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외에 ‘R&D 업무에 대해서만이라도 추가 8시간 연장근로 허용’(32.5%), ‘연장근로 관리를 1주 12시간에서 월·분기·반기·년 단위로 합산 관리’(23.4%) 등의 방안도 꼽혔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반도체 특별법에서도 반도체 R&D 분야에 한해 근로시간 적용 예외를 두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 핵심이다. 하지만 야당과 노동계에서 장시간 근로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해 법안 처리가 지연됐다. 최근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를 상향하는 내용의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만 겨우 국회 소위 문턱을 넘었다. 여야는 오는 20일 국정협의회를 개최해 재차 논의할 계획이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제도 취지처럼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장시간 근로를 방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면서도 "업무의 지속성과 집중성이 중요한 R&D 분야에선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유연하게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