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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상반기 '갤럭시 언팩 2025'에 XR 기기 '프로젝트 무한'이 전시돼 있다. 삼성전자
블룸버그 통신은 15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헤드셋 비전프로에 오는 4월 배포하는 비전OS2.4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AI기능인 ‘애플 인텔리전스’와 공간 콘텐트 앱을 제공한다고 보도했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애플이 자체개발한 AI기술이다. 현재 iOS 18.2 이상의 플래그십 아이폰 모델 6개에만 적용되며 아이패드OS 18.2 이상, 맥OS쉐쿼이아 15.2 이상을 실행하는 기기에 적용 중이다. 아이폰·아이패드·맥 외에 애플의 AI도구가 확장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전프로는 지난해 2월 미국에서 처음 출시했다. IT기기의 새로운 혁명이 될 거란 기대에도 불과하고 3500달러에 달하는 비싼 가격과, 무게, 제한된 콘텐트 등으로 고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하지만 출시 후 약 1년 만에 소프트웨어 추가에 나서면서 다시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AI 기능을 추가하기로 결정한 시점이 최근 시장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구글은 최근 제미나이AI플랫폼을 사용한 자체 XR운영체계인 안드로이드 XR을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구글 OS가 적용될 첫 번째 기기는 삼성전자와 협업하는 비전프로를 닮은 기기가 될 것”이라며 “출시는 올해 말이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미국 뉴욕의 애플스토어에서 한 고객이 비전프로를 착용하며 써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삼성전자는 구글과 함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넘어 운영체제(OS), AI 모델, 단말기, 콘텐트와 서비스 등 전 분야를 아우른 협업을 통해 XR기기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새너제이 갤럭시 언팩 2025 이후 첫 XR기기인 ‘프로젝트 무한’의 시제품을 공개했다. 같은 달 특허청에 ‘갤럭시 XR’ 상표권을 출원하는 등 출시에 필요한 준비작업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무겁고 즐길거리가 떨어진다는 애플 비전프로의 단점을 보완해 무게를 줄이고, 풍부한 정보와 즐길거리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AI 음성 비서 제미나이와 XR을 결합해 헤드셋 착용자의 질문에 제미나이가 실시간으로 답변하고 시각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또한 삼성과 구글의 자체 앱도 헤드셋에서 구동되고 기존 안드로이드 모바일 앱도 실행돼 기기의 활용성을 대폭 넓힌다는 방침이다.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도 새롭게 업그레이드한 레이벤메타 안경을 올해 내놓는다. 기존 레이벤과 협력했던 제품의 가격대가 299달러에서 시작했던 것에 비해 1000달러까지 가격대를 높였다. 대신 AI 기능을 통해 성능을 높였다.
중국 업체들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는 올해 하순에 XR기기 시제품을 공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비보는 개발 전담인력 500여명을 투입, ‘비전프로’ 같은 고급형 헤드셋 제품을 준비 중이다. 중국 샤오미 역시 연내 샤오미 안경 출시를 계획을 하고 있으며 연간 3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지난 11일 ‘확장현실(XR)산업 전망 포럼’에서 "1700만대였던 지난해 XR기기용 디스플레이 패널 출하량이 2030년 9290만대로 대폭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