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드디어 AI기업 CEO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 14일 신화사를 비롯한 주요 언론을 통해 시진핑 주석이 이번주에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61)을 비롯한 주요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열어 민간 경제의 신뢰 회복과 기업들의 국내외 시장 확장을 독려할 계획임을 밝힌 것이다. 국가주석이 민간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를 직접 주재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번 간담회에는 마윈을 비롯해 텐센트 창업자 마화텅(馬化騰·54), 샤오미 회장 레이쥔(雷軍·56),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梁文鋒·40), 화웨이 고위 임원, 유니트리 로보틱스 창업자 왕싱싱(王興興·35) 등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침체 시기 중국의 내수시장 불안을 타계하기 위한 전략으로 AI 산업을 정부 주도의 정책적 발전에서 민간 경제 활성화로 전환하고 투자 유치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다. 중국은 예로부터 전략과 전술에 능한 나라다. 손자병법을 비롯한 병법서의 원칙이 정치인과 기업 CEO들의 사고방식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도 중국 정부는 장기적인 전략을 주도하면서 각 분야의 기업 수장들이 각개전투를 펼치도록 유도하는 전술을 활용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중심)이 중국 주요 AI 기업 창업자들과 간담회를 주재한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텐센트 마화텅, 샤오미 레이쥔, 유리트리로보틱스 왕싱싱, 딥시크 량원펑 (시계반대방향). Getty Images](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7/7d45aa13-b38f-4e45-8343-0375301a15d6.jpg)
시진핑 주석(중심)이 중국 주요 AI 기업 창업자들과 간담회를 주재한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텐센트 마화텅, 샤오미 레이쥔, 유리트리로보틱스 왕싱싱, 딥시크 량원펑 (시계반대방향). Getty Images
네이처가 인정한 중국 AI 연구 역량과 세계적 경쟁력
중국AI 발전의 핵심 키워드는 인재(人才) 즉, 사람이다. 국제 3대 학술지 중 하나인 '네이처(Nature)'는 최근 중국의 AI 연구 역량이 급속도로 성장한 주요 요인으로 체계적인 AI 인재 양성 정책과 연구 환경 강화를 꼽았다. 2022년까지 중국 정부는 AI 분야의 인재 파이프라인 구축을 위해 440개 대학에 AI 특화 학과를 개설하고 연구 지원을 확대했으며 그 결과 최근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AI 관련 논문 수에서 중국 대학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네이처는 이와 더불어 현재 국제적인 AI 연구 인력 중 절반 이상이 중국으로부터 투입되는 반면 미국에서의 유입은 18%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AI 관련 국제 특허 출원에서도 중국이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하고 있어 연구 개발 뿐만 아니라 기술 혁신에서도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과가 있기까지 중국은 정부 주도로 대학 AI 인재에 장학 혜택을 주고 산학 협력으로 산업에 바로 적용 가능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용해 졸업과 동시에 산업 전선에 투입시키는 시스템을 육성하는데 성공했다. 이들의 연령은 35세 미만이다. 이러한 지표들은 중국이 단순한 '추격자'의 위치를 넘어 AI 연구와 기술 개발에서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시사한다.
![Nature 2024 index AI에서 발표한 Top 50 rising institutions 10위권에서 6개 연구소가 중국 소속이다. 이들은 논문발표수와 증가율에서도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Natre index AI](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7/65c6346d-e969-4002-9012-9a7a9608bcb5.jpg)
Nature 2024 index AI에서 발표한 Top 50 rising institutions 10위권에서 6개 연구소가 중국 소속이다. 이들은 논문발표수와 증가율에서도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Natre index AI
한편 미국의 AI 산업은 빅테크 기업 중심의 강력한 민간 투자와 최첨단 하드웨어 인프라를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와 기업의 수익성 압박으로 인해 인력 감축이 가속화되면서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구조조정과 채용 동결이 이어지며 MIT나 스탠포드 등 명문대 졸업생들조차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더러 최근에는 관리직까지 AI로 대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AI 연구 인력 양성이 사전에 차단됨을 의미하며 해외 인재 유입 감소도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은 이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AI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딥시크(DeepSeek)와 같은 중국 AI 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채용 조건을 내세워 젊고 유망한 연구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알리바바(Alibabab), 바이두(Baidu), 메이투안(Meituan)과 같은 주요 기술 기업들은 최근 몇 달간 캘리포니아 내 사무소를 확장하며 미국 내 AI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는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에서 AI 팀을 구축하며 OpenAI 및 주요 미국 기술 기업 출신의 엔지니어, 제품 관리자, AI 연구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링크드인을 통해 응용과학자(Applied Scientist), 머신러닝 엔지니어, 제품 마케팅 관리자 등의 채용 공고를 게시했으며, 해당 팀은 알리바바 국제 디지털 상거래 그룹의 AI 기반 검색 엔진 Accio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미국의 정리 해고가 단순한 인력 감축을 넘어 그 인력이 중국 기업에 의해 채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활기를 띄는 중국 AI 채용 박람회. 바이두 캡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7/8a0213aa-9a01-443c-8a12-2d0a205bb211.jpg)
최근 활기를 띄는 중국 AI 채용 박람회. 바이두 캡쳐
결국, 미국과 중국의 AI 경쟁은 "최고의 기술력과 자본" 대 "정부의 전략적 지원과 인재 육성"이라는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AI 산업 육성과 더불어 기술 자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AI 인재 양성에 집중하고 있는데, 자본을 인적 자원에 투자함으로써 고용 시장을 활성화하고 내수 경제의 성장까지 도모하는 중국의 이중 전략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임선영](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7/7ada0f8d-51f8-4aa3-b44d-a41d4f66b432.jpg)
임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