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자동차 경주대회 ‘나스카(NASCAR) 데이토나 500’에 참석해 거수 경례를 하며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단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대면 회담 시기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시간은 안 정해졌지만 상당히 일찍(very soon)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잇따라 통화하고 본격적인 종전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또 푸틴 대통령과의 첫 회동 장소가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거라고 했는데, 미ㆍ러 정상 회동이 예상보다 이른 시일 내 현실화할 것임을 밝힌 것이다.
“푸틴과 회동, 상당히 일찍 있을 것”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을 위해 마이크 월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이날 밤 사우디 방문길에 오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트코프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러시아 고위급과) 회동을 가질 것”이라며 “좋은 진전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태운 전용 리무진 ‘더 비스트’가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자동차 경주대회 ‘나스카(NASCAR) 데이토나 500’ 시작에 앞서 경기장 트랙을 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우디서 미·러 고위급 접촉…종전 협상
“트럼프, 4월20일 부활절까지 휴전 원해”
휴전 협상의 중대 변수는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의 동의 여부인데, 우크라이나는 자국이 빠진 상태에서 미ㆍ러 간 종전 협상이 벌어지는 상황에 불만이 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날 선 말을 던졌다. “미국과 동맹의 가치를 공유하는 우리는 러시아만큼 크지는 않지만 미국에 더 중요하다”면서다. 푸틴 대통령을 두고 “누구도 그를 믿어선 안 된다”며 여전히 강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과 곧 만날 거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도 이 협상에 참여하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그도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종전 협상 어느 시점에 개입하게 될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인 키스 켈로그가 20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 "우리는 켈로그 특사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그와 함께 전선에 가길 희망한다. 그는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 7월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시작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유럽 패싱’ 논란 속 유럽 정상 긴급회의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종전 조건에 크게 기우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미ㆍ러 간 종전 협상에서 ‘유럽 패싱’ 논란까지 일고 있는 가운데 유럽 움직임도 긴박해졌다. 17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주요국 정상들의 비공식 긴급 회의가 열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영국ㆍ독일ㆍ이탈리아ㆍ폴란드ㆍ스페인ㆍ네덜란드ㆍ덴마크 정상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이번 회의에 초청했다. 미ㆍ러가 주도하려는 종전 협상에 대한 유럽의 대응 방안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 전후(戰後)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등을 놓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거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