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별관 경매법정 안내 표지판 모습. 연합뉴스
#직장인 여성 이모씨(39)는 현재 거주하는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있는 집을 2023년 경매로 샀다. 2018년에 지금 동네에 전세로 이사 온 그는 당초 집을 사려고 했지만, 가격이 너무 오르자 경매로 눈을 돌렸다. 이모씨는 “꾸준히 경매 물건과 집값 흐름을 지켜보다 바라던 단지에 원하는 평수가 경매로 나와 결심을 했고 2등과 3000만원 차이로 낙찰을 받았다”고 했다.

신재민 기자
지난해 임의·강제 경매로 나온 집합건물(아파트·빌라 등)을 낙찰받아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한 매수인은 2만6894명으로 전년 대비 59.2% 증가했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대출금을 갚지 못한 사람이 늘면서 경매로 나온 물건이 급증한 여파다.

한 시중은행 외벽에 게시된 디딤돌대출 안내 게시물 모습. 뉴스1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30대 여성의 약진은 무엇보다 정책금융 대출 영향이 크다. 연 1~3% 저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신생아 특례대출, 2~3% 이자로 2억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생애 최초 디딤돌 대출 등 수혜가 30대에 집중돼서다. 경매전문업체인 공유지분거래소 김종창 이사는 “강화된 대출 규제로 경매시장이 투자자에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됐다”며 “고위험 투자보다는 실수요를 중시하는 30대 여성이 경매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된 것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신재민 기자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기존 부동산 주도 세력이 5060 남성이었다면 최근엔 재테크 차원에서 내 집을 마련하고 투자 이익도 얻으려는 30대가 늘고 있다”며 “경제력 있는 30대 미혼 여성, 1인 가구 증가 등도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30대 부부는 전세도 공동 명의로 많이 한다”며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고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경제 독립, 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강화된 현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