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잠재 대선 후보군만 10여명…‘찬탄 대 반탄’ 대립구도 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뉴스1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가 3월 중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여권 잠재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조기 대선을 준비 중이냐”는 진행자 질문엔 “만약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대선 후보군 중에서 제가 유일한 현역 의원”이라며 “윤 대통령 탄핵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될 수도 있다. 플랜A(기각)와 플랜B(인용)를 다 준비해야 하는 게 정당의 의무다. 플랜B를 저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조기 대선이면 인수위를 못 만들고 바로 일을 시작해야 한다”며 “저는 이미 그 일을 해 본 사람이기 때문에 인수위 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인수위원장을 지낸 자신의 이력을 강조한 발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서울특별시·서울연구원 주최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서울특별시·서울연구원 주최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여당 소속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는 홍준표 대구시장, 유승민 전 의원에 이어 안 의원이 세 번째다. 하지만 당에선 어림잡아 10여 명을 잠재 대선 후보군으로 꼽는다.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찬탄파’에선 유 전 의원과 안 의원을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대표 등의 대선 도전이 유력하다. ‘탄핵 반대파(반탄파)’에선 홍 시장을 비롯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김기현ㆍ나경원ㆍ윤상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이철우 경북지사 등이 꼽힌다.


다만 찬탄파와 반탄파의 언행은 사뭇 다르다. 찬탄파는 “플랜B를 고민해야 한다”며 조기 대선에 대비한 행보를 가동 중이다. 유 전 의원은 18일 JTBC 유튜브 방송에서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전직 대통령도 만날 생각이냐”는 질문에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선거나 정치 스케줄을 떠나 박근혜 대통령과 저 사이에 쌓인 오해를 언젠가 진짜 인간적으로 풀고 싶다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씌워진 ‘배신자’ 프레임을 극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반탄파 주요 인사들은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을 전제하는 조기 대선 언급은 삼가면서도, 활동폭을 넓히며 정치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때문에 찬탄파로부터 “낮에는 조기 대선의 ‘조’ 자도 꺼내지 않다가, 저녁에 모이면 대부분 조기 대선 이야기를 한다”(신지호 전 의원)는 지적이 나온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30·장년 모두 Win-Win하는 노동개혁' 대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30·장년 모두 Win-Win하는 노동개혁' 대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특히 19일 나경원 의원이 주최한 ‘2030ㆍ장년 모두 윈윈(win-win)하는 노동개혁 대토론회’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최근 복수 여론조사에서 여권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김 장관의 참석 소식에 토론회엔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포함한 국민의힘 현역 의원 60명이 현장을 찾았다. 여당 현역(108명)의 절반을 훌쩍 넘는 숫자로, 오 시장의 지난 12일 국회 개헌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48명)보다 많았다.

나 의원은 개회사에서 “너무 많은 의원님이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 토론 주제가 중요해서 오신 거 맞으시죠?”라고 운을 뗀 뒤 “역시 1등이신 분이 오셔서 그런 거 같다”고 말했다. 토론회 시작 전 의원들은 “나경원 화이팅”을 외친 데 이어 “김문수 화이팅”, “김기현 화이팅”을 연달아 외쳤다. 토론회를 찾은 한 의원은 “반탄파 대표 주자가 주최하고 참석하는 행사에 눈도장을 찍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만 토론회 뒤 기자들을 만난 김 장관은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출마를 고려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제가 말씀드릴 게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나 의원 역시 “정치인은 누구나 (대선에) 도전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