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항공 참사로 가족을 잃은 반려견 푸딩이가 지난달 5일 오후 서울시청 본관 앞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했다. 연합뉴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세종·윤정은씨 가족은 지난 13일 푸딩이를 입양했다. 동물권단체 ‘케어’에 구조된 뒤 한 달여 만이다. 케어는 평소 차멀미가 심했던 푸딩이가 입양 날 멀미도 하지 않고 새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푸딩이를 입양한 이씨 가족은 4년 전 반려견을 하늘나라로 보낸 뒤 ‘펫 로스 증후군’을 겪다가 제주항공 참사 소식을 듣고 푸딩이 입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내 윤씨는 “제주항공 사고가 났을 때 ‘우리가 도울 게 없을까’ 딸과 이야기했다”면서 “푸딩이를 입양할 사람을 찾고 있다는 걸 알고 (입양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푸딩이가) 우리 집에 와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원래의 가족을 잊는 게 쉽지 않겠지만 우리가 사랑을 엄청 줄 테니 행복하고 기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편 이씨는 “사고로 가족을 잃으신 분들은 충격에서 헤어 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면서 “여러 가지 힘든 상황에 힘들어하고 있을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푸딩이 입양 소식이) 희망이 됐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푸딩이는 제주항공 참사 최고령 희생자인 A씨(79) 가족이 키우던 반려견이었다. A씨는 전남 영광군 군남면의 한 마을에서 아내와 큰 딸·손녀와 살며 푸딩이를 돌봤다. 이들 4명과 A씨의 작은 딸·큰 사위·손주 3명까지 9명은 A씨의 팔순을 앞두고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푸딩이는 참사 이후 집과 마을회관을 오가며 마을에 들어오는 차량을 바라보는 등 배회했다고 한다. 주민들이 집에 데려가려고 하면 푸딩이는 따라오다가 자기 집으로 되돌아가서 데려올 수 없다고 했다.
푸딩이는 지난달 5일 서울시청 앞 제주항공 희생자 분향소를 찾기도 했다. 당시 케어 활동가의 품에 안긴 채 분향소에 온 푸딩이는 활동가가 국화를 들고 단상 앞에 서는 동안 어리둥절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사람들이 묵념하는 동안 뒤편을 바라보던 푸딩이는 김영환 케어 대표가 추모사를 읽자 물끄러미 ‘제주항공 여객 사고 희생자 합동 위패’를 들여다봤다. 푸딩이는 분향소에 들어서면서부터 조문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 한 번도 짖지 않았다.
당시 케어 측은 “푸딩이가 새 가정을 찾아가기 전에 보호자들에게 인사드리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2월29일 오전 9시3분쯤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동체 비상착륙 중 공항 외벽과 충돌한 뒤 폭발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해당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한국인 179명·태국인 2명)이 타고 있었다. 이 사고로 승무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탑승객 179명이 전원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