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3시10분쯤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금남공원 인근 골목. 손에 종이가방을 든 A씨(51)가 “잠깐 멈추라”며 접근한 경찰관들을 향해 돌아섰다. 경찰관 2명이 다가가자 A씨는 갑자기 종이가방에서 36㎝ 길이의 흉기를 꺼내 B(54) 경감을 향해 달려들었다.

 
B경감과 함께 출동한 경찰관은 A씨를 향해 테이저건을 발사했으나 두꺼운 외투에 막혀 작동하지 않았다. 당시 A씨는 자신이 휘두른 흉기에 찔린 B경감이 공포탄 1발을 발사한 뒤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A씨는 얼굴과 목 등에 부상을 입은 B경감이 실탄 3발을 쏜 뒤에도 40여m를 달아나다 또다른 경찰관이 쏜 테이저건을 맞은 뒤에야 쓰러졌다. A씨는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갔으나 오전 4시쯤 사망했다.

 
새벽시간 광주 도심 골목에서 스토킹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흉기를 휘두른 50대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고 숨졌다.

 
26일 광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3분쯤 금남로 일대에서 “수상한 남성이 뒤를 쫓아오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동부경찰서 금남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은 A씨를 발견했으나 곧바로 흉기 공격을 당했다.


 
A씨는 경찰관들을 보자 곧바로 종이가방에서 흉기를 꺼내 들어 경찰관들을 위협했다. 또 B경감과 함께 출동한 동료 여경이 테이저건을 쏜 데 격분해 B경감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그는 얼굴에 깊은 상처를 입은 B경감이 “흉기를 버리라”고 경고하자 이번에는 여경에게 다가갔다.

 
B경감이 공포탄 한 발을 발사하자 A씨는 다시 B경감에게 달려들어 두 번째로 흉기를 휘둘렀다. 두 차례 피습을 당한 B경감은 A씨와 뒤엉킨 상태에서 실탄 3발을 발사했다.

 

가슴과 복부 등에 실탄을 맞은 A씨는 현장에서 달아났고, 출동한 또다른 경찰관이 쏜 테이저건을 맞고서야 쓰러졌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B경감은 응급수술을 받고 있다. B경감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경찰은 A씨가 과거에도 여성들을 스토킹했거나 음주 상태였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A씨는 폭행 등 2건의 전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새벽시간총격소리에 놀란 시민들은 경악했다. 사건 현장은 주택가가 아닌 광주 구도심의 고층 오피스텔, 사무실 등이 밀집한 곳이지만 저녁시간에는 인적이 드문 곳이다. 

사건 현장 인근에 사는 남모(26)씨는 “다투는 소리에 잠이 깼는데, 얼마 되지 않아 총소리가 났다”며 “총소리를 듣고 나가보니 집 앞 도로에 혈흔이 낭자해 아침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B경감의 총기 사용이 적절했는지 등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B경감이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에 근거해 권총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총기 사용 방법으로는 공포탄 1~2발 발사 후 실탄 발포 시 대퇴부 이하 조준 등을 규정해 놓았다.

경찰 관계자는 “B경감이 (규정에 따라) 대퇴부 겨냥을 시도했지만, 심각한 부상을 입는 등 상황이 긴박한 데다 뒤엉킨 상태라서 상반신에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며 “B경감의 실탄 사용이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