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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 대사관에서 내외신 기자가담회를 하는 다이빙(戴兵) 주한 중국대사. 박현주 기자
다이 대사는 지난 25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 대사관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며칠 전에 (주한 중국) 대사관으로 난입하려는 극단적인 사건이 발생하는 등 반중 집회가 속출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12월 부임한 그가 언론 간담회를 연 것은 처음이다. 다이 대사는 반중 정서와 관련해 "중국을 카드로 삼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4일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한 40대 남성 안 모 씨가 주한 중국 대사관에 난입하려다가 구속됐다. 이에 대해 다이 대사는 "아주 악성적인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다이 대사는 또 "원칙적으로 한국 국민들이 국내 문제를 잘 처리할 능력과 지혜가 있다고 믿지만,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적절한 방식으로 저희의 우려를 표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앞서 주한 중국 대사관은 지난 9일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설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내고 "한국 내정 문제를 중국과 무리하게 연계시키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국내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한·중 관계 개선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탄핵 정국과 관련해 "중국은 항상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한다"고 말했다. 또 "중·한 양측의 외교 채널이 순조롭게 구축돼 있고, 더욱 악성적인(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공동의 노력 방향이 일치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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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 대사관에서 내외신 기자가담회를 하는 다이빙(戴兵) 주한 중국대사. 박현주 기자
한편 다이 대사는 중국의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 관련 논란에 대해 "과학 기술 문제를 정치화하고 차별적인 대우를 하는 데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 정부는 한 번도 기업이나 개인이 불법적인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저장하도록 요구한 적이 없다"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기업이 현지에서 경영할 때 현지 규칙을 준수하길 요구해왔고 '데이터 프라이버시'(개인 정보)의 보호를 중시해왔다"고 강조했다. 다이 대사는 딥시크에 대해 "아주 혁명적인 혁신"이라며 기술의 우월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와 공공 기관, 민간 기업들이 앞다퉈 딥시크에 대해 조속한 차단 조처를 한 데 대해선 "일시적인 금지령이 이른 시일 내에 해제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다이 대사는 말했다. "한국 측도 자국의 이익과 인공지능 협력의 측면에 입각해 중국 측과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다. 앞서 다이 대사는 지난 13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중국은 한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와 협력해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대에 부응하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포괄적이고 비차별적인 인공지능 발전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다이 대사는 정보화 시대에 특정 기술에 대한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뒤따르는 건 자연스럽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그는 "정보화 시대에 우리가 가진 태블릿, 핸드폰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에서 생산되는 로봇이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내용의 뉴스를 봤는데, 이는 기술 문제를 정치화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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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달 24일 강인선 외교부 2차관을 만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에 속도가 붙는 가운데 다이 대사는 중·러 관계 및 북·러 협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북·러가 밀착하면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줄어든다는 관측에 그는 "중국은 북한과 우호적으로 소통하고 좋은 관계를 맺었다"며 "러·북 관계 발전은 이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해서도 "중·러 간 전략적 협조 관계의 가장 큰 특징은 어떤 제3자의 영향도 받지 않고 어떤 제3자도 겨냥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왕이(王毅) 중국 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 등 중국 고위급 인사의 방한 전망에 대해서 다이 대사는 "중국은 한국의 소망을 중요시할 것이고, 한국의 높은 기대를 잘 알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을 갈음했다.